센님, 정세영 지음
나는 일본 친구(가족)들이 있다. 자주 보면 일 년에 한 번 정도 왕래하는 사이다. 우리가 일본으로 가거나, 일본 가족이 한국으로 와서 만난다. 이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 와이프가 고등학교 때까지 거슬러 올라온다. 그때부터 우리의 인연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인천이고, 일본 후쿠오카 옆에 기타큐슈라는 인천과 비슷한 도시가 있다. 인천 - 기타큐슈는 자매도시로 결연되어 있었다. 자매도시가 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고등학생끼리의 왕래가 있었다. 그 고등학생끼리의 만남에서 내 와이프와 일본 가족의 딸들이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때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고, 일본 가족의 딸들 결혼식에 우리도 다 갔었고, 우리의 결혼식에 일본 가족들도 왔었다. 아이가 생긴 지금도 서로 만나 왕래하고 있다.
1년, 혹은 2년마다 한 번 만나는데, 얼마나 반갑고 근황도 궁금하고 할 이야기가 많았을까? 하지만 난 옆에서 웃고 있는 것 밖에 하지 못한다. 일본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 가족 중 한국어를 하는 친구가 있어 정말 중요한 내용은 번역을 해줄 때가 있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실시간으로 같이 웃고 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어 책도 사보고, 혼자 공부도 해보고, 숨고에서 과외 선생님을 구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과외받으면서 공부도 해봤다. 하지만 역시나 모두 실패. 오래가지 못했다. 그래도 일본어를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다.
센님은 외국어 부분 베스트셀러 1위를 달성하신 유명한 분이었다. 나는 그냥 예스 24에서 베스트 상위권에 있길래, 그리고 일본어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책을 집었고, 하루 만에 책을 완독 했다.
센님은 코로나 때 코난 덕질을 시작하여 3년 반 만에 아주 우수한 일본어 실력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일본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함께 일하고, 오사카로 워킹 홀리데이도 갔다 오는 등, 일본에서도 살아갈 수 있는 수준을 갖췄다. JLPT N1 등급도 오랜 기간 공부하지 않고도 취득했다. 센님은 책에서 계속 강조한다. 자기 자신에게 일본어가 만약 '공부'였다면 여기까지 갈 수 없었을 것이라고, 오로지 '덕질'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센님의 일본어 '덕질'에 대해 읽어보면서 느낀 게 몇 가지 있다. 이제 하나씩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재미로 일본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제가 늘 말하듯 '완벽하지 않은' 일본어로 시작한 콘텐츠가 어느덧 제 채널의 확실한 주역이 되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약간의 팁을 주려고 시도했던 일이 도리어 제게 일본어 실력을 더 갈고닦는 기회를 가져다주기까지 했어요. 한국과 일본, 양쪽 구독자들의 관심과 함께요."
난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때란 없다. 그냥 당장, 바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빠르게 실패하고 실패를 정정하고 성장해 가야 한다는 게 내가 아는 가장 빠른 성공방법이다. 센님은 그걸 실천했던 것이다. 원래 운영하고 있던 유튜브 채널에 완벽하진 않은 일본어로 콘텐츠를 만들어 시작한 게 지금의 센님을 있게 만든 것 같다. 센님의 유튜브는 처음에 일본어가 주된 콘텐츠가 아니었다. 브이로그 형식이었는데 이 마저도 바로 시작한 게 대단하다. 센님은 여러 가지 걱정 때문이나, 완벽한 준비를 하기 위해 유튜버가 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사소한 걱정들은 있었지만 바로 시작했다. 내가 센님을 존경하는 부분이 바로 시작하는 데 있었다.
"사소하고 의미 없어 보이는 그 어떤 행동도 내가 좋아하고 그 순간 마음을 다해 몰입할 수 있다면, 먼 훗날 무언가를 이뤄낼 밑거름이 되어줄 거예요."
센님이 일본어를 3년 반 만에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덕질'에 있다. '덕질'은 그것을 너무 좋아하고, 자연히 몰입되기 때문이다. 공부로 다가가지 않고 좋아하는 걸 했을 뿐이다. 외국어를 배우는 건 생각보다 재밌다. 다만 우리가 지속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부로 할 뿐이고, 또 활용할 곳이 없어서라고 생각한다.
센님은 강연을 나가면 항상 하는 말이 있다고 한다.
"가치 없는 시간은 없었다."
"꾸준하면 그 노력은 어떤 형식으로든 보답받는다."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완벽히 준비되지 않은 때에 시작하고, 또 정말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고, 가치 없어 보이는(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더라도) 행동이라도 꾸준히 하면 그 노력은 어떠한 형태, 형식으로든 보답받을 수 있다는 믿음. 센님의 일본어 덕질 과정을 지켜보며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자신을 노출'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혼자만 덕질하고 끝났으면 센님과 나는 책으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완벽하지 않은 상태지만 자신을 꾸준히 노출시킴으로써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도 받고, 일본 구독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본 언론사에서도 연락이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법학을 전공한 센님이지만 내가 볼 때 일본어로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을 것임이 분명하고 이쪽 분야로 계속해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센님의 성향상 다른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덕질'할 것인가? 나도 평소에 일본 애니메이션을 정말 많이 본다. 그중에서 내가 현재 가장 좋아하는 'アオ の ハコ 푸른 상자'를 달리기를 할 때, 출퇴근을 할 때 틀어놓고 계속 반복해서 들어볼 생각이다. 한 달에 20~24분 분량을 완벽히 들을 수 있을 때까지 들을 생각이다. 반복은 도움이 된다. 가치 없어 보이는 듣는 행동이 내 귀에 어떤 영향을 줄지 기대가 된다.
예전에 공부하던 일본어 첫걸음이라는 책이 있다. 기초는 그걸 보면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어 놓을 생각이다. 자기 전엔 일본어 공부만 하다가 잘 생각이다. 원래는 자기 전에 책을 읽고 잤었는데, 당분간은 일본어 공부를 해보려고 한다. 덕질과 공부를 병행해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소개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나를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가? 사실 나도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게 있었다. 독서와 관련된 유튜브였는데, 구독자가 100명은 넘게 있었다. 아직도 계신 구독자분들께 미안할 따름이다. 나를 노출시켜야 겠다. 그것이 일본어가 됐든 뭐가 됐든 계속해서 내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나를 노출시키는 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