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지겹다면
나는 매일 아침 달린다. 출근 전 달리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이 있다. 최근 좀 피곤해서 그런지 9시 반에서 10시면 아들, 와이프와 함께 잠든다. 9시 반에 자도 내 목표 기상시간은 5시 반이기 때문에 8시간 정도 숙면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3시 반에 깼다. 문제는 그다음부터 잠이 안 왔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끄적이고 게임도 하고, 해외주식 시세도 보다가 도저히 잠이 안 왔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나가서 뛸까?'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5시 반부터 해야 할 습관을 발동시켰다.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니, 영상 1도였다. 이 정도면 얇게 입고 나가도 돼서, 티셔츠 하나에 얇은 바람막이 하나를 두르고 집을 나섰다. 이제 막 눈이 오기 시작했다. 눈을 정면으로 맞으며 달렸다. 가로등 사이로 내리는 눈을 보며 달렸다.
5시 반에만 뛰어도, 출근하려고 준비하는 사람들, 경비 아저씨 등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다. 그런데 4시에 뛰니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정적이 가득한 아파트 안을 뛰니 혼자만 이 세상에 있는 것 같았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하는 행동. 뛰는 시간을 1시간만 앞당기거나 뒤로 미뤄도, 내가 보는 세상은 많이 달라진다.
와이프와 아들이랑은 주말마다 스타벅스를 가거나 백화점에 가서 아이쇼핑을 한다. 어제 와이프가 아들을 데리고 혼자 병원을 갔다가 스타벅스를 갔는데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고 한다. 주말에 가면 아주 한가했던 스타벅스였는데, 평일 낮에 가니 사람이 꽉 차있었다는 게 재밌었다.
같은 장소에 가는 것,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인데 시간만 바꿔도 전혀 새로운 상황에 맞이할 수 있다는 게 재밌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 지쳐있거나 지루하다면, 시간을 바꿔보는 건 어떨까? 원래 출근하던 시간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보면 다른 세상이 보일 것이다. 30분 늦게 퇴근해도 달라지는 게 있을 것이다. 원래 일어나는 시간보다 30분만 일찍 일어나도 엄청나게 여유로워질 것이다. 약속시간에 15분 먼저 가서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보면 어떨까? 평소보다 밥을 천천히 먹어 보면 어떨까? 점심시간에 걸어보는 건 어떨까?
사는 게 지겹거나, 지루하거나,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그냥 조금 시간을 어긋나게 사용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