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집안일 한 가지 매일 하기
군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점호를 하러 나간다. 약 10분 안에 군복을 정갈하게 입고 뛰어나가서, 오와 열을 맞춰서 있어야 한다. 추우나 더우나 해야 되는 일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그렇게 뛰어나가는 와중에도 침구류 정리를 해야 한다.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벽돌처럼 침구류의 각을 잡아야 한다. 난 이게 무척 싫었다.
점호가 끝나고 들어왔을 때 선임들은 내 침구류 상태를 보고 지적했다. 하루의 시작이 갈굼으로 시작되는데 가장 좋은 소재였다. 나는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았다. 전시였다면 전투복 입고 나가서 싸우기도 바쁠 텐데 대체 왜 침구류의 각을 잡아야 한단 말인가. 20살 초반의 어린 나이에는 절대 이해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30대의 어느 날이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간택이었는지 나에게 해군제독 맥브레인의 텍사스 대학교 졸업 연설이 떴다. 누군가 번역을 해서 보기 좋게 해 놨었다. 그래서 졸업연설을 봤는데, 가장 먼저 나온 말이 '침대부터 정리하라'였다. 나는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왜 침대부터 정리해야 하는가? 침대정리는 아주 간단하다. 아주 사소한 임무다. 아무리 사소한 임무라 할지라도 아침부터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였다. 그날 하루가 엉망이고 아무것도 이뤄낸 게 없을지라도, 집에 돌아와서 잘 정리된 침대를 보면 '그래도 오늘 한 가지는 성공했구나'라는 성공감정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군대에 있을 때 누가 나한테 왜 침대 정리를 해야 하는지 말해주었다면 어땠을까? 하나의 임무를 완수하는 것에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하루의 시작을 임무를 성공하며 시작하는 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침대 정리 외에 내가 매일 하는 집안일은 설거지다. 설거지를 하면서 일본어 공부를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아침 러닝 할 때 한 번 듣고, 설거지할 때 한 번 듣는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약 20분 정도라서, 러닝 할 때와 설거지할 때 이렇게 딱 2번 들을 수 있다. 그렇게 40분 일본어 듣기 연습을 한다.
설거지를 하면 무엇보다 와이프가 가장 좋아한다. 와이프가 요리도 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설거지는 하기 싫어한다. 마침 난 설거지를 하면서 일본어 공부도 할 수 있으니 1석 2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거지를 다 하고 나서 깨끗하진 주방을 보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하루의 마무리는 설거지로 끝난다. 여유가 되면 읽기 편한 책을 읽고 잔다.
나의 경우는 하루의 시작을 러닝과 맨몸운동, 독서로 성공경험을 쌓고, 마무리는 설거지로 임무를 완수하는 셈이다. 하루의 시작과 하루의 마무리를 성공경험으로 만드는 건 나의 자존감을 높여주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만든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집안일 한 가지를 함으로써 성공경험을 쌓자. 거창하고 거대한 성공이 아닐지라도, 이런 작은 성공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