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편 - 외국어 배우기

흥미로운 배움

by 하크니스

외국어를 하나쯤 마스터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었다. 하지만 외국어에 대한 내 접근방식은 항상 '쓸모에 의한 공부'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공부를 하던 사람으로서 또 하나의 공부는 익숙한 숙제에 가까웠다. 외국어를 하나 더 할 수 있으면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쓸모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접근방식 자체가 공부다 보니 조금이라도 바빠지면 뒷전이 되어버리는 게 외국어였다.


외국어의 쓸모라는 측면에서 보면 스페인어 또는 영어가 가장 배울만하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는 어릴 때부터 공부로 접근해 왔고, 영어권 문화가 나는 좀 안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스페인어를 공부하기에도 나와 접점이 너무 없었다.


외국어에서 쓸모라는 측면을 덜어내고 흥미, 재미로 접근해 봤다. 그러자 내게 남는 것은 일본어였다. 무엇보다 영화, 드라마는 시간이 없어서 못 본다는 내가 애니메이션 만은 꼭 보는 편이었다. 무엇보다 20분 정도 남짓한 시간이면 한 편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귀멸의 칼날, 스파이 패밀리, 최애의 아이, 푸른 상자, 그 비스크 돌은 사랑을 한다 등 일단 흥미가 있는 게 일본 애니메이션이었다. 좋아하는 소설책, 만화책도 일본 작품이 많았다.


게다가 일본 친구들도 있고(거의 가족 같은, 그쪽에선 내 와이프를 친딸처럼 생각한다), 가까워서 가장 많이 가는 해외이기도 하다.


그러던 중 애니만 봤더니 일본어를 잘하게 된 건에 대하여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나도 덕질은 계속하고 있어서 방법만 알면 나도 되지 않을까? 란 생각을 했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도 '이걸 자막 없이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편할까?' 란 생각도 많이 했었다. 그러다 최근 넷플릭스 시리즈 '푸른 상자'가 너무 재밌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이렇게 덕질할 거면 그냥 차라리 배워보자!라는 흥미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관심이 가는 쪽 외국어다 보니 재미가 생겼다. 처음엔 푸른 상자 ep1. 을 반복해서 시청했다. 러닝 할 때와 집에서 설거지할 때 2번은 1화를 풀로 들었다. 점점 들리는 것도 많아지고 넷플릭스 일본어 자막으로 보면서 자막도 쓰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일본 자체에 관심도 생겼다. 일본 지도를 구매하고, 일본역사책도 구입했다. 쉬운 먼 나라 이웃나라 일본 편을 보면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 6월엔 도쿄 여행도 가기로 했다. 도쿄 여행을 가서 최대한 일본어로 살아보는 게 목표다. 쓸모의 측면에서 다가갔다가 실패했던 나의 외국어 공부는 이제 흥미위주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예전에 회사에서 힘든 일이 있을 때 직원 한 명이 나한테 이런 조언을 해줬던 적이 있다. '이사님 영어 공부를 해보시는 게 어때요?' 그때 난 어처구니가 없었다. '회사에서 힘들어 죽겠는데 얼어 죽을 공부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조금 이해가 됐다.


일본어 공부가 아니고 일본을 이해한다는 취미가 되어버리니, 삶 속의 재미있는 취미가 되어버렸다. 더군다나 습관으로 장착이 되고 나니 이제 이걸 할까 말까라는 고민이 없어지고 매일 조금씩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재미까지 생겼다. 삶에서 호기심이 있고 흥미가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게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올해엔 JLPT N5, N4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가급적 공부라기보다 기초가 너무 없는 내가 기본 상식정도를 배운다는 느낌으로 도전해 볼 생각이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 쓸모보다 흥미로 다가가 보는 것. 삶에 활력이 되는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 이런 측면에서 외국어 배움이라는 습관은 참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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