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 - 내가 틀릴 수도 있다

나를 편하게 만들어주는 생각

by 하크니스

나는 원래 내 말만 맞다고 하는 사람이고, 지금도 그런 측면이 많이 남아 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한 번 맞다고 생각하면 쉽게 바꾸지 않는 고지식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살다 보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이 있다.


그렇게 답답하게 살던 중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내가 틀렸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행복해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내가 가진 무지를 인정하고, 남이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서 새로운 지식,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한 지난날들에서 난 아주 힘들었다. 만약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걸 이해했었더라면 많은 것이 달라졌을 것이다.


한참 교회를 열심히 다닐 때였다. 어떤 여성을 소개받았는데 그 사람은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이었다. 교회 친구들이나 목사님은 만나지 말라고 했고, 그 여성은 처음 만나고 헤어진 자리에서 '왜 기독교인은 자신들만 맞냐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물어봤다. 난 당연히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진리였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기독교가 진리니까요'라고 대답했다.


결국 우린 1년 간 연애했고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매번 싸웠다. 난 한 번도 굽히지 않았고 애인도 굽히지 않았다(교회에 몇 번 따라와 주었다. 그러고 보니 몇 번 이해해 주려고 노력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나보다 훨씬 성숙한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헤어졌다.


이건 내가 갖고 있는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채식인지 육식인지, 아침을 먹느니 마느니, 돈에 대한 관념이라던지, 주식 투자 방법이라던지,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 새 제품을 사야 하는지 중고를 사야 하는지, 좌인지 우인지, 기독교인지 이슬람인지..


이런 것들로 인해 난 항상 다투고 싸우고 내가 맞다고 소리치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 맞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건 새로운 주장이나 지식을 받아들일 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 남을 이해하는 데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를 차리고 사업을 운영하면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왔다. 사람은 정말 모두가 다 다르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럴 때 '내가 틀릴 수도 있어, 저 사람이 맞을 수도 있지'하고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이해가 될 때가 있다. 그러면 답답하고 짜증 나고, 화만 났던 내 마음이 조금은 수그러든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 다름을 이해하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내가 맞다고만 생각하면 내 생각과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두 틀린 것이다. 그럼 세상을 살아가기 정말 힘들다. 나 빼고 다 틀린 사람들인데 어떻게 편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나와 다른 사람이 이해되기 시작하면 훨씬 마음이 편해진다.


얼마 전 친동생과 연금저축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동생: 형, 연금저축은 넣고 있나?

나: 아니 안 넣고 있는데?

동생: 연금저축 왜 안 넣어, 최고의 상품인데!

나: 외벌이에 애 키우면서 연금저축에 넣을 돈이 어딨냐 생활하기도 힘든데..

동생: 형, 돈을 좀 아껴야 되는 거 아니야?

나: 아껴도 힘든데, 지금 사는 돈도 힘든데 연금저축처럼 묶이는 데 돈을 어떻게 넣어

동생: 아니 이렇게 좋은 상품이 있는데 이해가 안 되네..

나: 내 주변에 연금저축 넣는 애 세 명 있는데, 혼자 살거나 대기업 맞벌이 정도 되는 애들이나 넣지, 나 같이 외벌이 하는 집은 꿈도 못 꿔

동생: 아니 이거 엄청 좋아. (복리표를 보낸다) 80살 때까지 안 깨고 있으면 장난 아니라니까?

나:.....


이런 대화였다. 풀리지 않는 대화. 그런데 나는 연금저축이라는 상품을 팔아봤던 사람이다. 좋은지 안 좋은 지를 왜 모르겠는가. 나만 나는 상황이 어렵다는 거였다. 하지만 난 동생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이해했다.


"원금 손실 없이, 또 생각할 필요 없이 매달 꾸준히 넣어 놓기만 하면 은행이자와는 상대도 안될 만큼의 이득을 주는 상품이 있는데.. 우리 형이 그런 상품에 같이 가입하고 노후를 준비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엔 부담이 됐지만 아껴보니, 할 만 한데? 연금 저축에 넣을 여력이 없다는 건 혹시 예전의 나처럼 소비를 많이 해서 그런 게 아닐까? 그럼 좀 아껴서 넣으라고 해볼까? 이렇게 좋은 상품이 있는데 형은 왜 가입을 안 하지? 형도 노후준비 꼭 해야 될 텐데, 나중에 힘들어질 텐데.."


나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란 걸 알고 있다. 그 마음에 감사하면 된다. 내 동생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한 달에 5만 원만 아껴서 연금저축에 넣어도 된다. 맞다. 주식투자를 내가 하는 금액의 일부를 연금 저축에 넣을 수도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정 금액을 노후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다만, 그때의 나는 너무 힘들었다. 외벌이에 집도 없는 내가 이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고, 집을 사서 이동할지, 전세로 갈지, 대출은 나올지 이 모든 게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금 저축을 생각하기가 참 힘들었다. 처음엔 '아 정말 말 안 통하네;;'라고 생각했지만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생각한 순간, 동생의 말도 일리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이해가 되면 그때부턴 마음이 좀 나아진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인정하는 게 정말 힘든 시대인 것 같다. 더 양극화되고 더 갈라지고 있는 시대는 확실하다. 남녀, 좌우, 세대, 종교 등 갈수록 갈라 치기가 심해지는 시대에 '내가 틀릴 수도 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서 하는 마법의 주문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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