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편 - 작게 시작하기로 했다

작게 시작하되 결승점은 크게

by 하크니스

나는 약간 완벽주의 성향이 있고, 또 한 번 하려면 목표를 엄청 크게 잡는 경향이 있었다. 그랜드 카돈의 10배의 법칙을 읽으면 목표를 내가 생각한 것보다 10배 정도 크게 산정하고, 이걸 달성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한다. 그랬을 때 10배는 아니어도, 원래 세웠던 목표를 능가하고 훨씬 더 탁월한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고 한다. 이 말도 분명히 맞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런 크나큰 목표는 내가 더 이상 행동할 수 없게 만들었다.


중학생 때 바둑 학원을 다닌 적이 있었다. 같이 다니는 아이들은 거의 다 초등학생이었다. 나는 바둑을 상당히 늦게 가서 배운 편이었다. 그때였다. 아빠가 이런 말을 내게 했다. '두 달이면 아마 초단 정도는 돼야 한다' 나는 초단이 뭔지도 몰랐다. 그때 당시 나는 30급이었기 때문이다. 바둑학원을 약 5년 정도 다닌 그때 당시 내 친구가 5급이었다. 초단은 그보다 한참 위였다. 아빠는 내게 두 달 만에 5년 다닌 친구도 이겨야 된다고 말한 거나 다름없다. 나는 그래도 최선을 다했다. 이창호 바둑책을 20권까지 다 읽고 연습하고, 학원도 누구보다 열심히 다녔다. 바둑 학원의 리그전에서도 30급으로 출전해서 15급 아이들까지도 다 이겨내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바둑 초단은 될 수 없었다. 그리고 나는 좌절했다.


'나는 머리가 나쁜 것인가? 아빠를 만족시키려면 초단이 돼야 하는데, 난 아빠가 생각하는 것만큼 뛰어난 사람은 아니구나'


그렇게 결국 두 달 만에 바둑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 이런 일은 거의 매번 있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닐 때도 1년 만에 체르니 40번을 치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열등하다고 생각됐다. 이 악물고 열심히 하는 성격이긴 했어도 천재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이렇게 살았으니 내 목표 설정 방식은 '크게' 잡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공부계획을 세우면 하루에 8시간 이상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잡는다. 운동을 목표로 하면 헬스장에서 하루 2시간씩 운동하기로 한다. 살을 빼겠다고 하면 3일씩 단식을 한다. 이런 식으로 거창하고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만 세워댔다.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고 달리기를 하루 1시간씩 하다가 무릎이 나갔다. 그리고 부상으로 달리기를 멈췄었다.


결국 큰 목표는 나를 좌절시켰고, 내가 더 이상 행동하지 않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었다. 스티븐 기즈의 습관의 재발견을 읽고 그때부터 나는 변했다. 아주 작은 행동을 시작해서 빠르게 실패하고 전략을 수정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쉽게 무엇인가를 달성할 수 있다 보니 자신감도 올라가고 매일 즐거워졌다.


하루 한 개의 단어 외우기, 히라가나 한 행씩 외우기, 설거지하기, 1km 달리기, 팔 굽혀 펴기 10개, 매일 쓰레기 버리러 나가기, 책 10쪽 읽기 등 아주 쉬운 단위의 행동들을 반복하기 시작했다. 행동을 시작하는 데 들어가는 문턱 자체가 낮으니 행동하는데 지체되는 시간도 없었다. 행동을 시작해서 달성하고 나면 나는 그날도 또 성공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계속해서 성공경험을 쌓게 되었고 '내가 할 수 있을까?'에서 '나도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작은 행동의 반복이 너무 하찮아서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 정도로 과연 될까?' 이때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 있다. 요즘엔 이게 내 유행어가 됐다. '뇌를 빼!'


작은 습관들이 어떤 성과로 나오기 전까지 걸리는 시간을 낙담의 골짜기라고 부른다. 이 낙담의 골짜기를 지나갈 수 있는 방법은 어떤 의심, 의구심, 원래 행동으로 돌아가려는 관성 등을 만났을 때 '뇌를 빼는 것이다' 뇌를 빼고 '그냥' 하면 된다. 하다 보면 길이 보인다.


하루 한 개를 외우던 단어가 쌓여 단어장에 200개가 모이게 되고, 히라가나, 가타카나를 전부 외우게 되었다. 1km 달리기도 힘들던 내가 매일 3km를 뛰고 있다. 팔 굽혀 펴기는 50~60개씩 하고, 매달 4~6권의 책을 읽는다. 이런 일은 한 두 달만 꾸준히 해도 일어난다. 왜냐면 행동에는 관성이 있고,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이 바뀌어가기 때문이다. 행동은 결국 효율적으로 변하게 해 주고, 내 몸, 내 정신이 그에 맞게 발전하게 된다. 그런 변화를 행동하기 전에는 느끼지 못한다. 알아차릴 수 조차 없다. 어느 순간 멈춰보면 예전에 나는 상상할 수도 없는 곳에 와있다는 느낌까지 받는다.


회사 출근시간에 겨우 맞춰 겨우겨우 출근하던 나는 지금의 내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새벽 4시 45분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3km를 달리면서 일본 애니메이션 한 편을 듣고, 돌아와서 맨몸운동을 하고, 오이 1/3개와 반숙란을 먹고 따뜻한 물에 천천히 샤워를 하고 나와서 책 5~6권을 5~10쪽씩 읽고 여유롭게 출근하는 내 모습을.


시작부터 이랬던 것이 아니다. 그냥 하다 보니, 스케줄을 조금씩 조정하고 행동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니고, 시킨 것도 아니다. 그저 내가 즐거워서 이렇게 하게 된 것이다. 이게 작은 목표, 작은 습관의 위력이다.


나는 작게 시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작은 것이 하찮아 보일지라도 쌓이면 아주 놀라운 변화가 생긴다. 다만 중간에 낙담의 골짜기가 있고, 이를 인지하면 '그냥' 하면 된다. 골짜기를 지나면 어마어마한 성과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나 자신을 믿고 그냥 하자. 작게 그리고 그냥, 뇌를 빼고 하면 당신이 누구라도 성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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