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속에서 힘을 빼다

힘을 빼야 세게 때릴 수 있다

by 하크니스

평소에 긴장하지 않는 상태, 편안한 상태를 선호한다. 심장이 쿵쾅거리거나 불안함을 느끼거나 하면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긴장이 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심장박동수는 빨라지고, 혈류량이 늘어나서 눈이 충혈되곤 한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근육이 긴장한다는 의미고 쥐가 나거나 담이 오기도 한다. 사무실에 오래 앉아 일하다 보면 목뒤가 뻐근하고, 어깨 근육이 뭉치는 일이 잦다. 나는 이런 상태를 싫어한다.


힘이 들어가 있는 상태. 이 상황을 나는 선호하질 않는다. 힘을 뺀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회사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어깨가 결리거나, 목뒤가 뻐근하기 전에 일어나서 살짝 걷는다. 심호흡을 자주 하는 편이다.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허리디스크가 있어 코어에는 힘을 주고 있지만 나머지 부분은 최대한 편하게 있으려고 노력한다.


힘을 빼야 한다는 걸 깨달은 건 운동을 배울 때부터였다.


수영을 배우러 갔을 때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힘을 빼라'는 것이다. 몸에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다. 물에 겁을 먹거나 뜨지 않을까 봐 의심하기 시작하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자연히 가라앉는다. 남자들은 보통 더 잘 가라앉고 움직여서 어느 정도 부력을 만들어 내야 하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힘을 빼야 한다는 것이다. 힘을 빼야 물에 뜰 수 있고 효과적으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


배드민턴을 배울 때도 마찬가지였다. 스매시를 세게 때리려면, 또 하이클리어 같은 스윙을 하려면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세게 때리고 싶다고 힘을 주면 오히려 세게 때릴 수 없고 부상 위험도 높아진다. 배드민턴 레슨을 받을 때 어깨에 힘을 빼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빠르고 강하게 스매시를 때리고, 빠르게 수영을 하려면 우선 힘을 빼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힘을 뺀 상태로 있다가 중요한 순간에만 힘을 주는 것은 거의 모든 운동에 동일하게 작용하는 원리 중 하나였다.


중요한 건, 힘을 빼고 싶다고 바로 힘을 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수영을 할 때 힘을 빼란 말을 아무리 들어도 힘을 빼려면 중급반 이상으로 올라가야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다. 배드민턴도 처음부터 힘을 뺄 수가 없다. 나름 배드민턴을 좀 쳤다는 생각이 들 때 힘을 빼고 스윙을 한다는 느낌을 알 수 있었다.


내 나이 40이 넘어서 배운 건, 인생을 살아갈 때 평소에 힘을 빼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어떤 일에 대해서도 약간 한 발 물러서서 힘을 빼고 쳐다보는 게 필요하다.


20~30대 때는 인생 속에서 힘을 뺄 수가 없었다. 혈기 왕성하고, 뭐든지 하면 성공할 것만 같았다. 말도 안 되는 크나큰 목표를 삼았다 실패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인생에 힘을 팍 주고 살다 보니, 금방 지치고 현타가 왔다. 힘을 주고 살면 부상당하기 쉽다. 정신도 마찬가지로 쉽게 피폐해지기도 했다. 그러다 깨달은 게 삶 속에서 힘을 빼는 것이었다.


빠르게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거나 계속 힘을 줘서 뭔가를 쟁취하려 하기보다는 천천히 매일 일정한 양을 꾸준히 하다 보면 힘들이지 않고도 어느 수준 이상의 것을 달성한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하는 루틴들을 이제는 아주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본다면 '저걸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천천히 이룬 루틴들을 따라오려고 힘을 팍 주고 해 본다면 따라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금방 지쳐버리거나 부상을 당할지도 모른다.


인생에서 힘을 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20~30대 때 오만잡것들을 다 비교했다. 남의 장점과 나의 단점을 비교하는 일이 허다했다. 심지어 여자친구 미모도 비교했다. 항상 내가 이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비교하지 말고, 나 자신 스스로가 행복한,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항상 나 자신에게 질문하고, 나 자신의 심장 박동 수를 체크하려고 한다.


내 몸 상태가 편안하고 심리상태가 편안해야 한다. 물건을 살 때도 마찬가지다. 어떤 물건을 사는데 '이렇게 비싼 걸 내가 사도 될까?'라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불안한 소비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럴 땐 소비를 하지 않는다. 꼭 필요하고, 만족도 되면서 가격도 내가 생각했을 때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 나는 편안하게 소비를 한다.


삶 속에서 힘을 빼는 연습을 하자. 힘을 빼는 건 어렵다. 초보자 때는 힘을 빼라고 해도 빼지 못한다. 하지만 힘을 빼는 법을 알고 나면 편안해진다. 물속에서 수영하는 것이 편해지고 즐거워진다. 배드민턴이 재밌어진다. 합리적 소비를 할 수 있다. 삶이 만족스러워진다.


힘을 뺀 편안한 상태에서 서서히 임계점을 넘어가 보자. 운동으로 치면 하루 한 개, 외국어로 치면 단어 한 개, 회사 업무로 보면 하지 않았던 시도를 한 가지 정도 해보는 거다. 임계점을 스리슬쩍 넘는 건 힘을 크게 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렇게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이전 임계점을 한참이나 뛰어넘은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을 매일 잘 기록해 놓고 쳐다보고 '이때의 난 이랬지?'라고 돌이켜 보자. 1년, 2년이면 정말 많은 것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삶을 한 발짝 뒤에 서서 천천히 가보는 것. 삶 속에서 힘을 빼는 것. 결국 힘을 빼면 더 세게 칠 수 있게 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월 습관 리뷰 3 - 독서 100% 성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