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마무리가 긍정적으로 끝난다
초등학교 때부터 일기 쓰기를 했지만 정말 하기 싫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매일 일기를 쓰는 게 고역이었다. 방학 때는 한 달 치 일기를 하루 만에 쓴 적도 있었다. 방학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거였다.
우선, 날짜를 다 적어두고, 눈에 보이는 물건들을 제목으로 적었다. 예를 들어, 연필, 책 제목, 곤충이름, 눈에 보이는 걸 30일 치를 제목으로 적어둔 후에 그 제목에 맞는 내 생각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방학숙제를 해결하곤 했다. 하루만 고생하면 30일을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일기 쓰기는 나에게 그렇게 큰 도움을 주는 것 같진 않았다. 자기 계발서를 읽고서 하루 세 가지 감사한 것을 적는 감사일기도 써봤지만 습관이 오래가지 않았다.
호보니치 5년 일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5년 치 일기를 쓸 수 있는 일기장이었다. 마침 아들이 태어난 지 약 1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아이가 커가는 동안 일기를 같이 쓰면 좋을 것 같단 생각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일기를 쓰고 나니 좋은 점이 몇 가지 있었다. 우선, 하루를 정리할 수 있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바쁘게 돌아가고 많은 정보 속에 살아가는가? 일기를 쓰는 순간만은 그래도 그날 있었던 일 중 내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적어볼 수 있다.
주식에 실패한 날은 왜 실패했는지 적는다. 일종의 주식매매 일기가 된다.
정말 기쁜 일이 있는 날은 감사 일기가 된다.
고민이 있는 날은 고민을 적고 해결하려는 고민 일기가 된다.
사람을 만난 날은 그날 나눈 대화와 근황을 적는 추억 일기가 된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날은 내용을 곱씹는 독서 일기가 된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정리되고, '이런 일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매일 같은 하루를 사는 것 같지만 매일 다른 주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실감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마지막은 '파이팅!'이나 '감사합니다!'로 끝내는 내 일기장을 보면 너무 재밌다. 주식으로 돈을 잃은 날에도, 고민이 해결되지 않은 날에도 결국 마지막 줄은 희망을 가지며 끝을 낸다. 그래도 좋아질 거라고, 내일은 다시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그렇게 글을 마무리한다.
근데 그 글에 무언가 힘이 있다. 그래서 그날 하루가 어찌 됐든 간에 마지막에 힘이 난다. 희망이 생긴다. 그래서 다음 날도 살아갈 수 있게 한다. 뭔가 희망찬 글이 가지는 힘이 있는 것 같다.
5년간 매일 글을 쓰고 그 글을 나중에 보면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이건 1, 2년 꾸준히 습관이 진행됐을 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일기도 계속 쓰니 정말 도움이 되는 습관인 것 같다.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되고,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하게 되고, 어딜 가거나 누굴 만나면 추억을 남기게 된다.
나중에 이런 생각, 경험, 느낌들을 시간이 지나 읽게 될 테고, '그땐 그랬지'라고 추억하는 날이 올 것이다. 이렇게 또 에피소드가 늘어날 테고, 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이야길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일기를 쓰는 시간은 매일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자, 나를 살아있게 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