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upitere 하늘색 홍채 Aug 03. 2020

【영화 감상문】

【'말할 수 없는 비밀'속 투영】

사랑은 머리가 하는 것이 아닌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한 열정과 열병을 알퐁스 도데의 별,  황순원의 소나기처럼 순수하게 그려낸 주걸륜은 풋풋하면서도 여린 감성 소유자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의 천재성은 불혹의 나이인 내게 첫사랑의 기억을 아스라이 피어나게 한다. 사무침 끝에 돌이 되어버린 머리를 다시금 감성의 애절함으로 이끌어낸다.

 순수하고 여린 심정이 박제화되고 화석화되어 다시는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그 시절로 절절히 나를 이끈다. 사오위의 애절함과 샹륜의 용감한 결정은 그 당시의 나의 감정에 충실할 수 없었던, 과거의 안타까움을 송두리째 뒤흔들며, 과거를 질타와 질책의 죄의식 속에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쇼팽의 잔잔한 연주는 계륜미의 청순미를 극도로 절제하며 사랑의 연기에 심금을 불어넣는다. 아직도 나에게 옛 추억의 가슴 조이며 힘겨웠던 그때로 되돌아가 가슴 내부의 얼었던 심장을 두두리며, 뜨거운 피를 용솟음치게 한다.

 시간의 차원을 극복한 사랑의 스토리는 공간의 벽에 가로막힌 내게 무식하리 만큼 용기를 드리운다. 옛사랑의 대상도 세월에 동화돼 성숙하여 멀게 느껴지지만, 그건 내가 아닌 주변의 기대에 저버린 가식이 아닌가 한다. 나란 존재를 다시금 이끌어내어준 주걸륜은 극찬을 받을 만큼 훌륭한 연출가이자 감독이다.

 오늘도 수더분하게 하루를 지내며, 과거가 아닌 미래의 그대에게 조심스레 한 발작씩 다가선다. 그대의 여린 떨림에 나의 호흡은 멈추었고, 가려린 몸짓으로 한 홀 한 홀 나풀대는 그대의 실루엣에 눈을 떼지 못 하며, 황홀감으로 젖어 영롱한 별빛이 뺨을 스친다.  

 동경의 대상으로 변하더라도 나의 심장은 아직도 그때의 뜨거운 열정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 차원의 벽조차도 그런 내게는 문제 될 것이 없는 듯 투명해졌으며, 주암호의 물안개도 그대의 미소에 사그라들며 우리의 미래 청사진을 희망적으로 비춘다.

 소심하고 유약한 나는 더 이상 없지만, 시련과 수행 속에 그대의 발자취와 긴 호흡에 따라 그때의 순수한 감성으로 천병과 함께 돌아가고는 한다. 애를 끊는 서글픎과 회한은 이 밤의 정적 속에 갇히어 조금은 여린 심장박동에 시간의 흐름을 감지할 뿐이다.

 산천도 인걸도 모두 바뀌어버린 세상에서 홀로 맹렬하게 그대에게만 치닿으려 여린 손을 뻗으며 마지막 연주를 시작하여, 피아노 건반을 놓고 그대가 머무는 꿈속으로 젖어든다.

작가의 이전글 【영화 감상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