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씨

by 하루달

* 이 글의 진짜 작가는 나의 부모님이다. 딸은 그들이 남긴 유산을 기록했을 뿐이다.






로맨티시스트 아빠는 엄마한테만 잘한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들에게 다정하셨고 사람을 좋아해서 술을 참 많이 마셨다. 다음 날 엄마는 마른 북어 한 마리를 막대로 두드리며 에고 내가 못살아 리듬을 곁들였다. 덕분에 어릴 적 북엇국을 많이 먹었다. 오늘은 북엇국을 많이 먹게 해 준 아빠가 생각났다.


내가 14살이 되는 생일날 아빠에게 편지를 받았다. 손수 쓴 편지에는 여자가 가져야 할 삼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맵씨, 솜씨, 맘씨 세 가지. 여자는 자신을 늘 가꾸고 행동도 맵씨가 있어야 하고, 여자는 요리나 손으로 하는 일에 솜씨가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따뜻한 맘씨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14살 아이는 무척 어렵고 생소한 요구에 나름 반항심이 끓어올랐지만 손수 쓴 편지와 아빠의 눈빛에 감동하여 지키기 어렵다는 말은 안 했다. 나에게는 현모양처로 살아야 한다는 무의식이 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저 편지이다. 엄마에게 아들 딸 차별을 받아 분명 페미니스트 기질도 있으면서 한쪽에는 지워지지 않는 저 편지 때문에 삼씨를 가지려고 노력한 것 같다. 문뜩 여자가 갖추어야 할 삼씨가 아닌 인간이 갖추어야 할 삼씨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일은 중요하다, 맵씨이다. 하나라도 잘하는 것이 바로 재능 아닌가, 솜씨이다. 그리고 같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인성이 중요하다, 맘씨이다.


나는 부모님에게 유산 한 장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와 행동을 통해 유산을 먹고 자란 것 같다. 머리가 기억하는 유산이다. 그리고 제일 좋은 것은 내가 행동으로 옮기는 유산일 것 같다.


이전 17화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