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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25.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노지 캠핑 도전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어른들은 대부분 국뽕으로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1위를 했다는 뉴스를 보고 학원에서 아이들에게 일주일간 무비를 보여주었다. 와, 학원에서 아이돌 노래를 듣다니 놀라는 아이들이 많았다. 빌보드 1위라는데 무슨 노래인지는 알아야지, 와, 방탄이 자랑스럽다 하면서 나는 일주일은 방탄의 팬이었다. 은근 나의 머릿속에는 애국심이 가득이다. 솔직히 세뇌 교육이다. 나의 세대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학교에서 했다. 극장에서 애국가 1절도 불렀다. 이렇게 세뇌는 무섭다.


또 세뇌당했다고 느끼는 부분은 성실성이다. 학교는 많은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성실한 단계를 밟는 것을 선호하고 늘 테스트를 하여 압박감, 긴장감을 준다. 내가 정한 규칙이 뭐라고, 나는 첫 캠핑을 노지 캠핑을 하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기를 많이 쓴 것도 잘못한 일인 것 같고, 왜 이러냐 누가 보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규칙에 연연한다. 어디 가서 머리를 깨끗이 씻고 다시 세팅하고 싶다. 자유로운 영혼, 그 작업이 여행 중 할 일이다.


노지캠핑을 할 곳을 알아보는 일이 은근히 어려웠다. 검색창에 잘 나오지 않는다. 우선 먼 거리를 여행하는 것은 아직 운전이 익숙하지 않으니 가까운 경기도 안에서 찾기로 했다. 연천군 어딘가에 사람들이 오토캠핑을 한다는 글 하나만 보고 무작정 떠났다. 그래도 두 번째 여행이라고 저번보다 조금 익숙해졌다. 남편은 조심조심 운전을 하고 나는 밖을 내다보며 캠핑할 만한 곳을 찾았다. 어, 저기 차 두대가 있다. 우선 지나치고 여기저기 더 다녀본 후 다시 그곳으로 왔다. 보물 발견이다. 풀이 듬성듬성 나있는 평평한 평지이다. 마치 작은 분지처럼 이곳을 작은 산들이 포근히 감싸고 있다. 막힘 없이 탁 트인 풍경은 나의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했다. 카라반을 산 것보다 이곳을 발견한 것이 더 기뻤다. 이제야 나의 강박적인 숙제 하나 해결이다.


두 대의 캠핑카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정박하고 해치를 풀어 뛰어놀게 했다. 소심쟁이 해치는 우리의 곁 50미터를 떠나지 않는다. 너도 좋지? 하며 캠핑의자 하나를 펴주었다. 여전히 더운 날씨 그늘이 필요했다. 루프를 연결하니 그늘이 조금 땀을 씻겨주었다. 이제부터 느림의 시간이다. 아주 느리게 아주 느리게 지내자. 반면 남편은 배고프다며 요리를 시작한다. 세상에나. 무슨 음식을 이리 많이 가져왔어? 아이들이 먹을 게 하나도 없겠다. 씻지도 않고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모두 그대로 가져왔다. 24년 차 주부랑 1년 차 초보 요리사는 이렇게 차이가 난다. 나 같으면 감자를 씻고 껍질도 벗기고 썰어서 왔을 것이다. 카레용 음식과 샐러드용 음식을 각각 따로 용기에 담아왔을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몇 시간 걸리지, 잔소리 폭탄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말이 먼저 나온다. 이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데 도가 튼 남편은 대꾸도 하지 않는다. 이틀 동안 "방드르디 야생의 삶"과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를 읽었다. 나 혼자 무인도에 갇힌다면 어떨까, 문명은 필요한가. 나는 왜 여행을 떠나는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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