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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Aug 31. 2023

자유롭게 떠나는 카라반 여행

자작나무숲 캠핑


누군가 나에게 물었다. 샘은 지금 무엇이 힘든 부분인가요? 아들, 딸이 대학에 다니는 것이 부러운 초등학생 학부모의 질문이다. 친정엄마의 부재가 가장 힘들어서 글을 쓴다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없지요? 다시 묻는다. 곰곰이 생각할 것도 없다. 아들, 딸의 양육에서 벗어나 자유부인은 되었으나 나이가 자꾸 신경 쓰인다. 50대라는 말이 아직도 싫다.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은 왠지 위로로 들린다. 나는 왜 유독 50대를 힘들어하는가?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노래에도 마음이 싱숭생숭하지 않았다. 40대가 되어도 그럭저럭 마음을 추스른 것 같은데 아, 50대는 너무나 낯설고 적응이 되지 않는다. 나의 모습은 남의 시선으로 만들어지는 부분도 있고 나의 자유는 남의 자유와 연결되어 있다. 그거 하는 것이 괜찮을까?라는 의심과 불안과 놀람은 벌써 나이 때문에 한정지 어지는 부분이다. 나는 사회가 만든 50대라는 나이에 맞는 연기를 해야 한다. 나이는 사회가 만든 문화이다. 그러니까 자꾸 내가 없어진다. 나는 그대로인데, 체력은 달라졌지만 그럭저럭 괜찮은데, 다른 사람이 자리 잡은 것 같다. 남이 보는 나로 살 것인가 내가 결정해야 한다. 나는 그대로 나이기로 하고 나이를 잊기보다는 남의 시선에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다. 타인의 자유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캠핑장에 도착했다. 처음에 노지캠핑을 하자고 한 것은 반려견 해치 때문이다. 예민한 성격이라 아이들을 보고 많이 짖는다. 그럼 조용히 시키는 과정이 스트레스다. 편하게 쉬려고 온 여행이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치를 안 데리고 오면 섭섭하고 미안하다. 더운 여름날씨 때문에 산책도 많이 시키지 못했고 더운 집에서 혼자 있는 날이 많았다. 이번에는 강원도 인제 자작나무 캠핑장을 예약했다. 반려견도 같이 갈 수 있는 캠핑장이다. 요즘 해치는 잘 들리지 않는 것 같다. 현관문 소리에도 나오지 않고 나중에 식구들이 온 것을 안다. 산책길에도 아이들 소리에 잘 짖지 않는다. 철이 든 것인가. 노화인가. 슬프다. 어쨌든 변한 해치의 상황으로 캠핑장 여행이 가능해졌다. 오전 수업만 하고 떠나 오후에 도착했다. 계곡을 앞에 두는 장소는 텐트를 치고 있고 사이를 두고 나무로 만든 데크가 있는 곳은 카라반이 머물 수 있는 곳이다. 새롭게 만난 이웃들은 해치를 벌써 예뻐한다. 앞 데크에는 부부만 캠핑을 왔고, 옆 데크는 부모님, 아이들까지 대가족이다. 대각선의 데크도 반려견이 있다. 둘이 마주치지 않고 조심해야 한다. 꽤 산길을 돌아온 캠핑장인만큼 숲 속의 느낌을 주고 조용하다. 일주일 휴가를 즐기기 위해 목, 금, 토 수업을 두 번이나 해서 무척 바쁜 일주일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더욱 소중한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자에 앉자마자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배우들 의자처럼 해치 의자라고 이름을 써줘야 할 만큼 해치도 캠핑의자를 무척 좋아한다. 벌써 코를 곤다. 아주 아주 편한 자세로 잠이 들었다 아, 나도 잠깐 눈 좀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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