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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an 06. 2024

"성녀와 마녀"를 읽고

소설 속 인물 오형숙은 마녀이고 문하란은 성녀라는 이분법적 캐릭터를 구성한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자신을 짝사랑하는 허세준을 모른 척하고, 오형숙을 좋아하는 남편 안수영의 바람을 지켜보며 그저 가정을 지키는 답답한 문하란은 정말 성녀인가 생각을 해보게 한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탕녀였기 때문에 결혼이 깨졌으나 진정한 사랑 안수영을 자유롭게 사랑하고 목숨까지 바친 오형숙은 마녀인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박경리 작가는 성녀와 마녀라는 이중 잣대에 대해 그 당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순결, 성 역할에 대한 이데올로기에 반기를 든다. 여성은 남성의 반대말이다. 남성은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그저 남성이 아닌 사람인가.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한 혐오는 자신의 불안을 떨치기 위한 감정이다. 페미니즘 소설을 싫어하는 남성들의 심리가 이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어머니는 여성이다. 어머니의 부정은 곧 나의 정체성의 부정이라는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여성에 대한 이중적 잣대가 생기는 것이다.


연애소설의 낭만성은 남성과 여성의 완전한 결합의 불가능성을 인지하고 나 혼자 오롯이 사랑이라는 감정에 회피하지 않고 당당히 견뎌내는 것이다. 묵묵히 자신의 운명을 바라보고 비극일지라도 사랑하는 것, 그것이 낭만이다. 누가 성녀이고 마녀인지는 분명해진다. 그러나 왜 성녀와 마녀로 나뉘어야 하는지 더 생각해 볼거리를 준다. 대립적 인물 두 사람은 결코 서로를 미워하지 않았다. 갈등도 일으키지 않았다. 그 점이 이 소설만의 독특한 양면적 캐릭터의 특징이고 그 속에 숨은 장치가 있음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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