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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ul 31. 2024

<순례주택>을 읽고

어른이 된다는 것

오수림의 아빠는 대학교 시간 강사이다. 신혼집을 장인에게 얹혀사는 것으로 시작하여 장인을 내쫓고 재개발된 원더 그랜디움에서 살며, 전임교수가 될 때까지 도와달라며 모자란 생활비는 부모형제들에게 받아쓰며 산다. 장인은 하나밖에 없는 딸이 출산 후 우울증에 걸린 것이 안타까워 아파트도 주고 본인은 순례 빌라에서 월세를 내며 살며 둘째 오수림을 돌보고 일을 하며 생활비를 주었다. 그러다 갑자기 일터에서 죽고 태양열 회사에게 사기를 당해 모든 재산이 남지 않았다. 오수림은 외할아버지와 여자친구 순례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다. 김순례는 이혼 후 목욕탕에서 세신사로 일하며 집을 장만했다. 사람들에게 월세를 많이 받지 않는다. 특히 오수림과 친구처럼 지낸다. 오수림네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거지가 되어 아파트에서 쫓겨났으며 다행히 순례 빌라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제는 어떤 부모형제들도 그들을 도와주지 않는다.


"네 학비를 댄 걸 후회한다. 내가 공부할걸 그랬다-큰누나

어렸을 때 너에게 계란과 우유를 양보한 걸 후회한다. 나는 벌써 골다공증이다-둘째 누나

네가 명문대 나왔다고 자랑한 걸 후회한다. 네가 나온 학교가 명문이 아니거나 네가 제대로 배운 사람이 아닌 거다- 셋째 누나

부모님께 용돈 드린 걸 후회한다. 부모님이 너에게 다 뜯겼지, 돌아가신 부모님 병원비는 결국 누나들이 냈다- 넷째 누나

너에겐 10원도 더 안 준다. 연락하지 마라-누나들"


 이런 사연은 문학 작품 속에만 있지 않고 현실 세계 어느 집에나 있다. 가장 총망 받는 자식이 그럴 경우가 많고 자식이 무슨 벼슬인 양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능력이 있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가져도 된다는 착각과 함께 어른으로 자라지 못하게 한다. 내 주변에도 있다. 시집이 부자라서 또는 친정이 잘 살아서 아직도 경제적인 도움을 받는다고 자랑을 한다. 마치 공짜를 좋아하는 아이 같다. 책 속에도 나온다. 어른은 자기 힘으로 살아 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요즘 집값이 너무나 비싸 우리가 결혼을 할 때와는 달리 부모의 찬스를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하긴 내가 결혼할 때도 부모 찬스는 존재했다. 철이 드는 것은 환경이 가장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러나 절대 철이 안 드는 어른도 있다. 그럴 경우 누나들처럼 내용증명서를 보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중학생 오수림 화자가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어 아파트와 빌라의 차별적인 시선을 무겁지 않게 표현하고 있다. 땀 흘린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는 순례 주택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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