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들을 부탁해
시에서 하는 텃밭 분양을 앞두고 있다. 하나는 21일 발표, 다른 하나는 25일 발표이다. 만약 둘 다 분양이 되지 않는다면 작년처럼 개인이 하는 텃밭으로 가야 한다. 작년에는 봄, 여름만 농사를 지었다. 비닐을 씌우지 않고 왕초보가 환경을 지키겠다고 욕심을 내다가 잡초에 둘러싸인 채 나의 농사는 물론이고 옆집 농사까지 방해를 하는 민폐를 끼쳤다. 어쩐지 텃밭 사장님의 연락이 없다. 사람들이 내가 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시에서 운영하는 텃밭에서 연락이 온다면 식구들에게 비닐만 씌어달라고 부탁했다. 비닐만 씌우면 이번에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순례길을 다녀와서 5월에 농사를 지어도 충분하다.
집 안에도 식물이 가득이다. 책상 위에 작은 유리컵에 담겨 있는 호야를 시작으로 중간 크기의 화분, 학원에 있던 큰 화분 등 총 33개나 된다. 수경으로 식물을 키우면 가습기 효과도 있다. 흙보다는 영양분이 없기 때문에 가끔 영양제를 넣어주면 잘 자란다. 벽에 행잉 식물도 인테리어 효과가 있다. 가벼운 흙으로 덮거나 물을 축인 후 하루 이틀 후에 벽에 걸면 된다. 겨울 동안 베란다에 있던 식물들이 조금 시들하다. 물을 주면 식물들도 활동을 한다. 따라서 겨울에는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물을 조금만 주면서 생명을 이어가게 해야 한다. 이주일에 한 번 줬는데도 이번 겨울이 조금 길었나 보다. 2월에 따뜻한 적이 없었다. 시들 거리는 잎들을 정리했다. 옆으로 자라는 식물은 지지대를 세우고 찍찍이로 줄기를 고정시켰다. 식물에게는 햇빛과 물, 흙 다음으로 통풍이 필요하다. 베란다 문만 열어두었다고 통풍이 되지 않는다. 맞바람이 불어야 한다. 불가능할 경우는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된다. 통풍이 잘 되지 않으면 하얀 응애가 잎에 낀다. 겨울 동안 선풍기를 틀지 않아서 실내에 있는 식물들은 하얀 응애가 많이 껴있었다. 금방 옆으로 번지니까 바로바로 없애야 한다. 물을 틀어놓고 야채 씻듯이 샤워를 시킨다. 유리 화분도 수시로 씻어준다. 정수기물보다는 수돗물이 식물에게는 더 낫다고 한다. 나는 작년에 식물에 대해 조금 공부를 해서 이제는 웬만하면 식물을 죽이지 않는다. 시들 거리는 식물을 보고 마음이 진짜 안 좋아 다시는 식물을 키우지 말아야지 다짐한 적도 많다. 조금만 공부하면 부지런하지 않아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 작년 여름도 무척 더웠다. 학원에 있던 식물들에게 물을 듬뿍 주고 갔는데도 일주일 후에 보니 많이 시들어있었다. 나는 식구들에게 일주일에 한 번만 물을 주라고, 창문을 수시로 열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순례길에서도 물론 잔소리하겠지만 제발 나의 식물들을 부탁한다. 오랜만에 샤워를 한 나의 식물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