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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달 Jan 21. 2022

검사받지 않아도 되는 독서감상문

< 소크라테스의 변명 >을 읽고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책에서 소개한 두 번째 철학자는 소크라테스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 펠로폰네소스전쟁에서 패한 아테네는 스파르타의 지배를 받게 된다. 그들의 영향하에 있는 30인의 참주들은 공포 정치를 한다. 부유한 아테네 시민들의 재산을 압류하고 민주정 지도자들을 처형한다. 그런데 30인의 참주 중에는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이 있다. 또한 소크라테스는 평소에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다. 이 점때문에 정치적으로 이용당한 것이 그 유명한 소크라테스의 재판인 것이다. 그러나 30인의 참주를 지지했던 자들을 고발할 수 없게 한 사면령이 발효되어 표면적인 죄명인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신을 소개한 죄, 젊은이들을 타락시킨 죄"로 재판이 열리게 된다. 당시 아테네는 고발자의 주장과 소크라테스의 반론을 듣고 유죄와 무죄를 가리는 1차 배심원단 투표를 한다. 281명이 유죄에, 220명이 무죄에 표를 던진다. 2차 투표는 고발자와 소크라테스가 제안한 처벌에 대한 투표이다. 사형과 벌금 중 배심원들은 사형에 무려 361표를 던진다. 직접 민주주의를 최초로 발명한 아테네에서 왜 이런 실수를 한 것인가? 아테네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무엇인가?








<변명>책은 소크라테스가 법정에서 한 변호 연설이다. 델포이 신전에서 소크라테스는 가장 현명한 사람이라는 신탁을 받는다. 그는 신의 뜻을 알아보기 위해 아테네의 현자들, 정치인, 시인, 장인을 찾아가지만 그들은 자신의 지식만을 가지고 있을 뿐 자신이 모든 것을 안다는 독단에 빠져 지혜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가 생각하는 지혜는 사람다운 사람이 되게 하는 덕과 비슷한 것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지혜는 자신이 무지하며 보잘 것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고 자신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올바르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이다. 소크라테스 자신은 자신의 무지를 알기 때문에 신탁처럼 자신이 가장 현명한 사람이고 신의 뜻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따라서 첫 번째 죄명 신을 믿지 않는다는 죄는 성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젊은이들에게 영향력이 있는 그가 일방적인 대중 연설을 하지 않고 한 사람과 긴 시간동안 대화를 한 이유는 자신이 잘못한 점을 깨닫고 상대방도 이치에 어긋나는 점을 서로 찾아 최선의 결론을 얻어내려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쓸데없는 명예나 물질적인 욕망과 욕구를 좇지 말고 영혼을 최고의 가치로 만들라는 자신의 주장은 절대로 젊은이를 타락시키지 않음을 주장한다. 아테네인들에게는 재판과정이 질문을 받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지 않은 점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관습을 따를 것인지, 용기가 필요한 변화의 시간을 선택할 것인지 갈림길에 아테네인들은 실수를 저지르고 만다.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런 민주주의의 결점을 주장했다. 그리고 실제로 역사에는 이와 비슷한 상황이 많이 일어났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책에서 저자는 "질문을 경험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소크라테스처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우리는 질문을 받으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답을 구하려고 한다. 그러나 질문을 경험하는 것은 질문을 이리 저리 뜯어보고 여러 각도에서 찔러보고 밝은 빛을 비추는 것이다. 질문에 궁금한 마음이 생긴다. 궁금해하는 마음은 절대로 반짝이는 대상을 쫓지 않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유예 상태이다. 모르는 것이 많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지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는다. 미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두려움을 주기 때문에 용기가 필요하다. 작가의 말이 이해할 듯 어렵게 느껴진다.

나는 질문을 경험한 적이 있었나? "그림책으로 철학하기" 모임에서조차 답을 구하려고 애쓴 것 같다. 주인공은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라는 닫힌 질문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적다. 나는 그림책의 작가를 분석하기 위해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눈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꾸 문제를 분석하고 논리적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책 속의 지혜는 나를 알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나다움이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답게 살아야 한다는 결론도 잘 내린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와 거리를 두고 나를 들여다보는 방법은 상황에 나타나는 나의 행동을 보는 방법도 있고, 글을 쓰는 방법도 있고,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문뜩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 그래서 행복한 것, 그것이 질문을 경험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수수께끼같은 말, "질문을 경험하다"에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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