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야나 <스페인 여행 中>
2년 전, 유럽 교환학생 시절 여느 한국인들처럼 여기 애들은 참 남 눈치 안보네 하고 항상 생각했었다. 해변가에서 몸매 상관없이 비키니를 입고 자신 있게 다니는 모습, 남의 패션이 어떻건 신경도 안 쓰는 모습, 더 나아가서는 스펙 쌓기에 열 안 올리고 본인 하고 싶은 대로 사는 모습 등 자유분방했다. 동시에 남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에 대해 눈치 주지 않는다.
한국은 대체 어떤 이유로 유럽과 다를까....라는 생각을 했고,
당시 채은이와 함께 한 스페인 여행 중 각자 교환학생 생활을 공유하다 답을 찾게 되었다.
"오지랖"
일반화하자면, 한국인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응팔 드라마에서 엿볼 수 있는 한국인 고유의 '정'과 일맥상통한다. 그 당시에는 으샤 으샤, 집단주의가 더 우세한 시대였으니 '정'이 한 시대의 감초 역할을 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 그러나 요즘엔 집단주의보다는 개인주의가 사회 풍조로 자리 잡고 있고 먹고사는 것도 팍팍해졌다. 사람들은 '정'은 온데간데 사라졌다며 그 행방을 찾는다.
없어진 게 아니라 따뜻한 정이 남을 평가하는 오지랖으로 변모한 건 아닐지?
1. 패션(외관) 오지랖
: 남의 옷 스타일을 보고 평가를 굳이 하다 보니, 서울 번화가를 걷다 보면 비슷한 패션이 너무 많다. 특히 중고딩들은 이런 것에 더 예민한데, 우리 집 급식이만 봐도 '급식스러운' 패션과 헤어스타을 고집한다.
2. 대입, 취업 (진로) 오지랖
: 고3 및 취준생들이 명절을 싫어하는 이유는 뭐 유명하다. 이것도 오지랖. 더 나아가 대학과 회사의 명성을 토대로 남의 미래를 예측하고 '조언'한다. 이런 조언은 약이 되는 참된 조언도 있겠으나, 부담도 되는 게 당연. 그러다 보니 남의 눈높이를 신경 쓰게 되고,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가지게 된 것이 아닐까.. 스펙도 비슷비슷하고.
3. 기타 오지랖
: 연애, 빚, 등 오지랖의 범위는 엄청남. 거의 모든 부분에서 알게 모르게 우리는 오지랖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결론으로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서 다시 살다 보니 나름 들어맞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최근에 읽은 책 중 '개인주의자 선언'의 한 부분이 나를 소름 돋게 했다.
-책 '개인 주의자 선언' 32쪽 -
'남들 눈에 비치는 내 모습에 집착하는 문화, 집단 내에서의 평가에 개인의 자존감이 좌우되는 문화 아래서 성형 중독, 사교육 중독, 학력 위조, 분수에 안 맞는 호화 결혼식 등의 강박적 인정투쟁이 벌어진다'
작가인 문유석 판사님이... 현 우리 사회를 묘사한 것인데 (위 내가 주저리주저리 한 것과 매우 비교되는 명료한 표현.......) 이 문장 뿐만 아니라 해당 챕터의 내용 모두 내 머릿속을 표절당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동시에 내가 먼저 쓸걸 이라는.. 아쉬움.
훈훈하게 마무리하자면 그래도 이런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 아닐까?
근데 오지랖이 우리 사회의 원흉인 것이 명확하게 증명되고, 모든 사람이 깨달음을 얻는다 해도
남 눈치 안 보는 사회로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오지라퍼이기 때문이다. 또 그 습성을 쉽게 고칠 자신이 없다.
TMI가 가장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