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빠와 엄마는 너의 침대를 결정하느라 정신이 없다. 네가 과연 어떻게 잠을 잘 것인가? 그게 참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야. 우선 네가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시기에는 작은 원목 침대에 너를 재울 계획이야. 그래서 당근에서 적당한 녀석을 하나 나눔 받았단다. 뒤집기를 시작하면 못쓰게 된다고 해서 새 걸 사지는 않았다. 회사 선택을 잘못한 죄로 요즘 아빠가 벌이가 시원치 않으니 이건 네가 이해를 하도록 하거라. 대신 알코올로 깨끗하게 소독해줄게. 걱정마라. 어차피 다 크면 기억도 못할 거잖니? 원래 다 그렇게 물려받아서 쓰는 거다. 이름 모를 옆집 언니가 쓰던 거라고 생각해.
아무튼 그러고 나서 네가 뒤집고 굴러다니기 시작하면, 마땅한 침대를 하나 구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야. 범퍼침대를 사자니 엄마가 같이 눕기에는 조금 작은 것 같기도 하고, 네가 크면 어차피 제대로 된 침대를 하나 사야 하는데 그럴 거면 첨부터 큰 침대 하나를 사서 가드를 둘러서 쓸까 싶기도 하고 말이지. 근데 또 막 움직이기 시작할 때 가드 침대를 쓰면 네가 가드를 넘어가다가 낙상하는 사고도 잦다고 하더라. 너는 아빠 닮아서 촐싹거리고 방정맞은 데다가 키도 클 테니 가드를 넘으려고 할 확률이 매우 높단 말이지. 그래서 엄마와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공부를 했단다.
사실 그때그때 맞는 침대를 다 사주면 되는데 말했잖니. 아빠가 요즘 벌이가 시원치가 않아. 그래서 결론은 또 당근이었다. 우선 네가 아주 어릴 때는 범퍼침대를 쓰기로 했어. 요거는 또 어떤 언니가 쓰던 건지는 아빠도 잘 모르겠어. 그래도 다행인 건 이 근처에 너의 언니 오빠들이 꽤 많이 살고 있어서 그런가 중고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는 거야. 덕분에 요즘 엄마 아빠는 근처 안 가본 아파트 단지가 없다. 주말마다 옆 단지 구경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단다. 너무 TMI였지... 미안. 그러고 나서 네가 잘 움직이는 두 돌쯤 되면 그때 제대로 된 원목 침대를 하나 사줄까 생각하고 있단다. 당장 돈이 없어서 그런 건 아니... 아니라고! 그때까지는 아빠가 어떻게든 노력해서 오래오래 쓸 수 있는 멋진 침대를 사줄 수 있는 재력을 만들어보도록 하마.
이렇게 침대를 구하느라 고민하는 이유는, 네가 들으면 조금 섭섭할 수 있겠지만 엄마 아빠는 너와 분리 수면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야.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너의 독립심도 키울 수 있고, 너와 엄마 아빠 모두의 수면의 질을 올려서 깨어 있는 동안 서로 더 애틋한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것도 있어. 아 물론 네가 일찍 잠들면 엄마 아빠는 더더 애틋한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 말이야. (와인셀러도 사뒀거든.) 아무튼 그래서 분리 수면을 하려다 보니 네가 편안하게 잘 수 있는 침대나 자는 동안 안전한 지를 확인할 수 있는 홈캠 같은 것들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래서 이렇게 공을 들여서 침대를 알아보고 있는 것이지.
분리 수면에 대해서는 참 말이 많더라. 사실 아빠는 할머니 공인 껌딱지였거든. 특히나 할머니 등에서 떨어지면 아주 그냥 난폭하게 울어재끼는 아이였어. 그래서 할머니가 매우 힘들어하셨지. 밤에 재우는 게 힘드니 낮에도 힘들고 그러다 보니 그냥 육아가 늘 힘든 상황이었단다. 게다가 그렇게 형성된 애착이 꼭 좋은 것만도 아니었어. 너무 지나친 건 모자람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잖니? 적당한 독립심과 자립심이 꼭 필요한데, 늘 엄마 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도 좋은 것만은 아닌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낮에는 엄마와 아빠가 최선을 다해서 놀아줄 테니 너무 섭섭해하지 마라. 그리고 아빠 코골이 들으면 네가 먼저 분리 수면하자고 할 수도 있으니깐 일단 좀 기다려보렴.
수면 교육이라는 게 생각보다 신경 쓸 것이 많더라. 낮에는 되도록 많은 자극에 노출시켜야 하고, 저녁이 되면 어둡고 조용한 환경을 만드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해. 그리고 먹는 것도 충분히 먹여야 하고, 먹고 나서 바로 잠들면 안 된다는 것도 중요하더라고. 의식처럼 항상 자기 전에 같은 패턴의 행동들을 반복하면서 잠자는 습관을 들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더라. 잠이라는 게 그냥 졸리면 자는 거고, 다 자면 깨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마저도 부모가 어떻게 습관을 들여주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니 어깨가 많이 무거워진다. 네가 유년기를 늘 잘 자고 활기차게 보낼 것인가, 아니면 늘 자다 깨고 칭얼거리며 살 것인가. 이게 엄마 아빠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거라고 생각하니 말이야.
아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두 엄마 아빠의 책임은 아니겠지. 들어보니 아이들 마다 성향이나 기질이 다 다르다고 해. 어떤 아이들은 한 거 없이도 너무 잘 자고, 어떤 아이들은 백약이 무효라고 뭔 짓을 해도 어쩔 수 없다고도 하더라. 그래서 육아는 부딪쳐봐야 안다고 하더라고. 누구나 가지고 있는 그럴듯한 계획이 다 소용 없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말이야. 부탁이 있다면, 엄마는 잠이 많고 언제 어디서나 잘 자는 성격이고, 아빠는 밤잠이 없고 잠귀가 밝아 예민한 성격이니, 너는 엄마를 꼭 닮았으면 좋겠다. 글이 너무 진지해진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크면 출근해야 하니 수면 교육은 저절로 된다. 벌이도 시원치 않은데 출근은 꼬박꼬박 하는 걸 보면 참 신기하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