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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경자 Sep 06. 2020

월요병과 금요병

김프로, 굴레를 벗어나자!!

발가락을 자르면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


월요일이다. 어제 밤새 잠을 설쳤다. 하필 또 아침부터 회의 시간에 발표할 게 있어서 더 긴장이 됐었나 보다. 덕분에 좀 일찍 나오려고 했던 계획은 물거품이 됐다. 미리 맞춰둔 알람이 거의 다 소진될 때쯤 간신히 일어나 씻고 회사로 왔다. 그나마 비가 와서 차를 타고 출근하는 게 다행이었다.

월요일이 유독 싫은 건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직장을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다. 그래서 월요병이라는 단어도 생기지 않았을까. 그러다보니 일요일에 출근하면 월요병을 없앨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발가락을 자르면 무좀을 예방할 수 있다는 수준의 헛소리인 건 함정이지만.

이른바 월요병을 앓은 지는 꽤 됐는데, 작년부터는 금요병으로 병이 더 악화되었다. 금요병은 내가 만든 신조어인데, 금요일 퇴근을 앞두고도 전혀 기쁘지 않은 병을 말한다. 어차피 토/일 쏜살같이 지나가고 나면 다시 월요일이 올 텐데, 금요일이라고 기쁠 이유가 없는 병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주말에 환장하는 거랑은 좀 다르다. 주말과 월요일의 반복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좌절감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즐거움과 괴로움의 무한 반복은 좌절스럽다.


아무리 좋은 주말도, 찰나에 불과하고 다시 싫은 월요일이 온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좋고 싫음의 반복은 시간의 흐름이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되려, 주말을 좋아하고, 평일을 싫어하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다. 자유를 추구하는 나의 선호가, 자유를 충족할 수 없는 조건에서는 괴로움이 되는 것뿐이다. 그러고 보면 좋고 나쁨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닿아 있다.

모든 것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주말의 자유를 위해서는 평일의 종노릇이 필요하다. 일주일 내내 자유로우면 좋겠지만, 그건 지금 당장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그런데 나도 참 욕심이 많다고 생각되는 게, 주말의 자유는 얻고 싶지만 평일의 종노릇은 피하고 싶다. 애초에 떨어질 수 없는 동전의 양면을 떼어내려 하니 일요일마다 괴롭고 힘들다.

퇴사를 해도 마찬가지. 자유 시간은 늘고, 다른 사람의 눈치는 안 봐도 되겠지만 나의 예민한 성격은 늘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려야 한다. 자칫 사업이 휘청거려서 큰 손실을 보기라도 하면, 그냥 시키는 것만 대충 하고 월급 받는 종노릇이 그리워질게 뻔하다. 팀장이 좀 욕해도 웃으면서 무시할걸. 퇴근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것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어. 누가 비디오 틀었나...

항상 즐거울 수는 없을까.


생각해보면 좋고 싫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고, 어떤 삶을 살아도 그 두 면을 모두 받아들이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삶을 살아도 항상 월요병과 금요병의 반복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비록 자유로운 삶을 꿈꾸더라도 지금 종노릇을 하는 이상은 좋은 면을 봐야 한다. 주말은 자유로워서 좋고, 평일은 걱정 없이 일해서 좋다.

그러고 보면 종노릇을 하면서 지나친 걱정은 손해다. 종노릇이라 함은, 큰 걱정 없이 시키는 것만 하면서 편하게 돈 벌자고 하는 것인데, 종노릇을 마치 내 사업하듯 열심히 하는 것은 어리석다. 퇴근해서도 주말까지 회사 걱정이 끊이지 않으면 종노릇을 하는 보람이 없다. 종노릇은 대충 하자. 긍정적인 사고는 참으로 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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