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지막 음, 새벽의 첫 문장
사랑과 죽음은 닮아 있다.
누군가를 끝까지 사랑하는 일과, 잃는 일의 온도는 비슷하다.
불면의 밤마다 나는 음악을 들었다.
낯선 곡이 흘러나올 때면 감정이 흔들렸고,
어느 순간부터 그 떨림을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그날 새벽, 목숨이 끊어질 것 같은—
‘절명(絕命)’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내 손가락은 한 자 한 자,
키보드를 두드리며 그 새벽을 이겨내려 몸부림치고 있었다.
손끝이 키보드 위에서 멈췄다.
문장의 리듬이 점점 음악의 리듬과 겹쳤다.
음악 속 그녀의 손끝이 다시 눈앞에 떠올랐다.
건반을 누르는 소리가, 시간의 저편에서 들려왔다.
글을 쓰던 나는 어느새 그 밤으로 들어가 있었다.
나의 눈은 그녀를 쫓았고, 숨결까지 아름다웠다.
밤공기가 고요히 가라앉았다.
숨소리마저 또렷하게 울렸다.
나는 그녀의 손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잠시라도 시선을 돌리면 이 순간이 사라질 것 같아, 깜빡임조차 두려웠다.
낮게 깔린 첫 화음이 울리자,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 솟구쳐 올랐다.
그 한 줄기 소리만으로도,
처음 그녀를 보았던 순간이 겹쳐졌다.
절명을 느낀 날,
그리고 처음 사랑이 시작된 날.
그 곡은 내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하지만 회상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리가 현재로 나를 붙잡아 끌어당겼다.
그녀의 손목이 부드럽게 기울고,
손가락이 물결처럼 건반을 타고 흘렀다.
흰건반과 검은건반 사이를 오가는 손끝에서
힘과 유연함이 번갈아 피어올랐다.
나는 숨을 삼켰다.
그녀의 뺨 선, 길게 늘어진 속눈썹,
건반 위에서 반짝이는 손마디—
그 모든 장면을 놓칠 수 없어 눈을 떼지 못했다.
모든 순간들이 내 기억 속으로 박혀 들어왔다.
피부와 시선, 심장 깊은 곳까지.
영영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 감각.
그녀의 모든 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붙잡아야 한다는 확신이 가슴 깊숙이 나를 죄었다.
클라이맥스로 향하는 선율이 휘몰아쳤다.
그녀의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팔꿈치와 손목이 동시에 풀렸다 조였다.
그 움직임이 음악을 이끌었다.
격정이 터져 나오는 소리에 그녀의 호흡이
음과 함께 섞이며 울려 퍼졌다.
그 숨소리조차 하나의 음악이었다.
그 순간, 숨이 덜컥 멎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깨문 입술 사이로 울음이 터져 나왔다.
소리가 가슴을 파고드는 순간, 눈물이 흘렀다.
이 순간이 사라질까 두려워서—
그리고 그 두려움조차 너무도 아름다워서.
지금도 여전히, 처음처럼
나는 그녀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있다.
마지막 화음이 길게 울리다 사그라졌다.
그녀가 손을 떼는 순간까지, 나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그녀의 세계가 다시 나를 붙들었다.
그 눈물 속에서 나는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의 전부를 가져야 한다.
그녀가 살아서, 내 곁에서, 이렇게 숨을 쉬는 지금—
놓치면, 나는 살아남을 수 없다.
나는, 절명할 것이다.
그렇다.
이건 사랑이 맞다.
두려움조차 사랑이다.
이렇게 숨결조차 아름다운 그녀의 곁에서,
나는 살아가고 싶다.
누군가에겐 끝이었고,
누군가에겐 사랑이었다.
한 자 한 자 운을 띄우던 절명의 밤이
조용히 끝나가고 있었다.
숨을 들이켜고,
키보드에서 손가락을 떼자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창밖엔 희미한 새벽빛이 번지고 있었다.
나는 그와 그녀로 오늘을 살아냈다.
그게 내가 버텨낸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