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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ug 25. 2021

열정적으로 살지 않을 권리

열정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열정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passion’의 어원은 예수 그리스도가 겪으신 ‘고난’이라고 한다. 인류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고난과 희생에는 비할바가 못되겠지만 어떤 일을 열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고통이 수반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즉 다시 말해 열정은 고난과도 같다. 열정을 가진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무언가를 끊임없이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열정의 무시무시한 정의에 따르면 어떤 일을 즐기고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충분히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열정 자체가 고통인데 그것을 어떻게 즐길 수 있겠는가?


농구선수 서장훈은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은 다 뻥이다.”라는 명언을 남겼고, 이 말은 이제 각종 동기부여 영상의 단골 멘트가 되었다. 이로써 고통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은 쉬엄쉬엄 인생을 대충 사는 사람으로 또 한 번 평가절하 되고 말았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뭐든지 열심히 하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한다. 나아가 모든 사람들에게 열정을 강요한다. 열정적으로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들은 패배자로 낙인찍어 버린다. 이것은 엄연한 폭력이자 은밀한 개인 자유의 침해이지만 우리는 누구도 항변하지 않는다.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좋은 것이라고 세뇌당하고 믿으며 자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생의 성패가 오로지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는 생각 자체가 오만인 것은 아닐까? 또한 열정을 가지고 고통스럽게 노력했기에 자신은 실패에 책임이 없으며 떳떳하다는 생각이야말로 뻔뻔한 책임 회피인 것은 아닐까?


의식하고 있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모두 열정적으로 살지 않을 권리를 가지고 있다. 열정이 그 자체로 희생과 고난을 의미한다면, 죄의식 가득한 개념인 열정이야 말로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가장 먼저 던져버려야 하는 개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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