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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ug 31. 2021

어차피 평생 일할것도 아니잖아?

긱 이코노미스트의 변명

꽤나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인기 유튜버 대도서관이 올리는 연매출이 30억 원이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대기업 임원은 물론이고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낫다.


플랫폼 기업들과 블록체인은 중간 업자들을 몰아내고 대기업과 은행들을 삥 뜯어 그들이 독점하던 부를 개개인에게 돌려주고 있다. 현대판 로빈후드를 보는 것 같아 참 통쾌하다. 물론 플랫폼 기업들이 착해서 그런 건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도 살아남을 수 없는 어떤 시대적 조류가 형성되어 있을 뿐이다.


불과 5년 전에 내가 알던 지식들은 이제 공룡 화석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쓸모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경영 컨설팅펌에 다닐 때 열심히 외우고 다니던 3C니 4P 마케팅 믹스니 하던 것들은 이제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열심히 사업계획서를 쓰고 팀원들을 모아서 피칭을 하며 투자받으러 다니는 것도 이제 한물간 방식처럼 보인다. 내가 인생을 걸고 노오력해서 창업한다는 틀딱 같은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다. 그리고 단언컨대 인생 걸고 창업한다는 사람 치고 잘 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맞추어 새로 등장한 것이 바로 긱(Geek) 이코노미 세대다. 구글에 따르면 긱 이코노미란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지 않고 그때그때 디지털 플랫폼에서 일거리를 찾아 일하는 경제 활동이라고 한다.


지난 1년간 회사에 다니지 않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긱 이코노미를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 긱 이코노미스트다. 수입이 일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를 위한 것도, 회사를 위한 것도 아닌 죽어있는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이 줄었다는 면에서 만족도는 매우 높다.


바람 좀 쐬고 싶으면 스마트폰의 배달 앱을 켜서 배달을 한다. 외국어 고수 플랫폼에서 가끔 통번역 의뢰가 들어오면 가리지 않고 한다. 외국어 과외도 한다. 시간과 노력 대비 시급이 딱히 마음에 들진 않지만 급전 마련으로는 괜찮은 알바다.


글쓰기에는 영 소질이 없지만 일단 되든 안되든 꾸준히 글도 쓰고 있다. 여행 가면 꼭 현지에서 여행기를 쓴다. 지금 당장 돈이 되지 않지만 내가 꾸준히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브런치라는 플랫폼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혹시 아는가? 이렇게 한 문장씩 끄적이던 것들이 모여서 베스트셀러가 한 권 나오고 유명 작가라도 될지.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조만간 북 튜버도 시작해볼 생각이다. 올해 안에 해외여행을 떠나서 여자 친구와 여행 유튜브 채널도 하나 열어봐야겠다.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평균적으로 12번 직업을 바꾸었다고 한다. 한국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한 가지 직장에서 한 가지 직업을 가지고 평생 일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났다. 어쩌면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 따위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어차피 평생 일할 것도 아닌데 하고 싶은 것좀 하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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