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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Oct 21. 2021

탈린 : 가장 현대적인 중세도시

에스토니아의 첫인상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 탈린 국제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올드타운(Old Town)으로 향하는 길은 미국 서부 어느 도시의 다운타운을 닮아있었다. 커다란 쇼핑몰과 극장 그리고 광장의 크리스마스트리와 화려한 조명들. 문화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유럽 치고는 매우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낯설지 않다.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20분 정도 달렸을 무렵, 탈린의 현대적인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낯선 거리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중세시대부터 수 백 년간 그 자리를 지켜왔을 고풍스러운 성벽과 돌길을 따라 솟은 오래된 건물들은 은은한 가로등 빛과 어우러져 몽환적인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현대에서 중세로 타임슬립을 하듯 순식간에 바뀌어 버린 풍경에 적응할 새도 없이 우리는 탈린 올드타운 한복판에 위치한 숙소에 도착했다. 중세시대 유럽의 감성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매혹적인 골목에 위치한 2층짜리 저택은 앤틱(Antik)이라는 간판이 정말 잘 어울리는 숙소다. 탈린의 첫인상은 이처럼 중세시대와 현대문명이 교차하는 그 중간의 어디쯤이었다. '가장 중세스러우면서도 가장 현대적인 도시.' 세 달간 우리가 지내게 될 이 도시를 가장 잘 표현해 주는 한 문장이 아닐까?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는 탈린 올드타운은 유럽을 통틀어서 중세시대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있는 마을이다. 이곳 사람들은 지어진지 100년이 넘은 건물들에 숨을 불어넣었다.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건물들은 레스토랑과 호텔 그리고 맨션으로 변신하여 지금도 이곳 사람들과 함께하고 있다. 



탈린 올드타운의 일상은 한마디로 말해 판타지다. 집에서 2분만 걸어 나가면 13세기부터 마을을 지켜오던 중세시대 성벽이 있고, 5분 정도 걸어서 광장으로 나가면 700년 전 지어진 교회에서 울리는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탈린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의 여러 도시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코로나 팬더믹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규모는 작아졌지만,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듯한 예쁜 풍경과 분위기는 변함이 없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돌길을 따라 툼피아(Toompea) 언덕에 오르면 왜 올드타운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지 납득할만한 풍경이 펼쳐진다. 19세기 말에 세워진 러시아 정교회 건물 알렉산더 네브스키 성당(Alexander Nevsky Cathedral)과 탈린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건물 툼키릭 (Toomkirik) 그리고 덴마크 왕의 정원(Danish King’s Garden)이 어우러져 있는 탈린 올드타운에서는 이곳의 풍부한 문화적 다양성을 느낄 수 있다. '가장 현대적이면서 중세적인 도시' 탈린의 첫인상은 숨막히게 매혹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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