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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Sep 15. 2021

한 번쯤 가볼만한 나라 에스토니아

여행하기 참 좋은 나라

에스토니아는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롤모델로 삼는 디지털 혁신과 스타트업 그리고 스마트시티의 나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너무 미래지향적인 이미지 탓일까? 에스토니아는 우리에게 관광으로 익숙한 나라는 아니다.


그러나 혁신이나 최첨단 도시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도 살면서 한 번쯤 에스토니아를 여행해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수도 탈린을 기준으로 에스토니아가 왜 북동유럽 최고의 여행지인지 살펴보자.



1. 물가가 저렴하다.


1219년 덴마크의 왕이 함대를 이끌고 현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북부에 상륙한다. 탈린 토착 주민들과 전투를 벌이던 도중 패색이 짙어진 덴마크의 왕은 하늘에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곧바로 하늘에서 붉은 바탕에 흰색 십자가가 세겨진 깃발(현 덴마크 국기)이 내려왔고 이에 사기가 하늘을 찌를 듯이 올라간 덴마크 군사들은 결국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한다.



이를 증명하듯 탈린 한복판에는 실제로 덴마크 왕의 정원(Danish King’s Garden)이 있다. 설화와 유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에스토니아는 문화적으로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 같은 이웃나라들과 가깝다.


반면에 물가는 매우 저렴하다. 오죽하면 스웨덴이나 핀란드 사람들이 살인적인 물가를 피해서 수고로움과 뱃삯을 감수하고 쇼핑을 목적으로 에스토니아로 국경을 넘어오는 풍경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에서 세 달간 지내면서 체감한 물가 대비 생활 만족도는 최고 수준이었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의 한 달 생활비는 대략 150만 원 정도다. 이 정도 금액만 있어도 생활에 부족함이 없다.


스마트시티 구축의 일환으로 이동에 드는 비용을 무료에 가깝게 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에스토니아는 교통비가 매우 저렴하다. 탈린 시내의 버스와 트램을 이용하면 2유로 정도의 요금으로 어디든 갈 수 있다. (심지어 환승도 된다.) 3~4시간이 넘게 걸리는 도시 간 이동도 대부분 10유로 안쪽이면 해결된다.



식비 물가도 훌륭한 편이다. 탈린 시내의 레스토랑 기준 와인을 곁들인 저녁 식사는 보통 1인당 15~20 유로 (한화 약 2~3만 원) 수준이다. 야채, 소고기, 우유, 계란 등 생필품 가격도 한국의 7~80% 정도 수준으로 저렴하다.



에스토니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가장 많이 걱정했던 숙박비는 서울과 큰 차이가 없었다. 한 사람 기준 한 달에 4~500유로(한화 약 5~60만 원) 정도면 탈린 올드타운 주변에 훌륭한 숙소를 구할 수 있다. 멋들어진 중세풍 숙소에 머무를 수 있는 것은 보너스다. (탈린에는 100년이 넘은 중세풍 건물을 흔히 볼 수 있다.)



2. 모든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물가가 저렴하다고 해서 에스토니아의 인프라가 낙후되어 있거나 낡았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버려도 좋다. 트램과 버스 그리고 기차를 비롯한 에스토니아의 대중교통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대표하는 나라들과 비교하면 오히려 훨씬 더 깨끗하고 최신식이었다.



치안도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서 매우 안전한 편이다. 24시간 도시 곳곳을 빈틈없이 순찰하는 경찰들 덕분에 위협을 느낄 틈이 없었다.


디지털 인프라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박용범 기자의 저서 ‘블록체인 에스토니아처럼’에 의하면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결혼, 이혼, 주택매매를 제외한 모든 행정업무를 온라인으로 처리한다고 한다.


에스토니아는 최근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CBDC(정부 주도의 디지털 통화)의 원조격인 ‘에스티코인’의 나라다. 수년 전부터 이미 개발이 시작된 에스트 코인은 거래뿐 아니라 모든 행정업무에 사용된다고 한다. 무늬만 디지털 통화가 아니라 전자 영주권(e-residency)을 가진 모든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상에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하니 정말 획기적이다.


3. 마을 풍경이 예쁘다


탈린 올드타운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실제로 탈린의 올드타운은 전 유럽을 통틀어서 중세시대 유적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마을이다. 매년 겨울 올드타운에 들어서는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은 유럽에서 가장 예쁜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꼽힌다. 은은한 캐럴 소리와 글루와인 냄새가 어우러진 탈린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 자체로 천국을 경험하게 해 준다.



반면 탈린의 외곽에는 여러 나라의 외자계 회사와 스타트업이 모여있는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의 건물들이 많다. 에스토니아는 발트해를 통해 전 유럽과 연결된 나라인 만큼 탈린 항의 분주한 풍경도 매력적이다. 중세시대와 미래가 어우러져있는 탈린의 스카이라인은 그 자체로 에스토니아라는 나라를 상징한다.



4. 인종차별이 없다


대학시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고 돌아온 친구에게 북유럽의 평등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1년 동안 덴마크에 머물면서 인종차별을 거의 겪지 않았다는 친구의 말을 나는 반신반의 했다.


비록 직접적이거나 노골적인 인종차별은 아니었지만 미국과 캐나다에서 지내는 동안 아시아인들을 향한 오묘한 시선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마이너리티를 향한 차별 문제는 어느 곳에 나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코로나 팬더믹이 불을 지핀 아시아인들을 향한 증오범죄는 해외여행을 망설이게 만든다.


그러나 살면서 직접 겪어본 에스토니아는 인종차별과는 가장 거리가 먼 나라였다. 신기한 것은 에스토니아는 미국이나 영국 혹은 독일처럼 다양한 민족이 섞여있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백인이 사회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에스토니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색인종을 향한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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