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바트로스 Sep 23. 2021

에스토니아 시장 구경하기

날것 그대로의 에스토니아를 만나다

언제부턴가 여행에서 기차역과 전통시장은 빼놓을 수 없는 필수코스가 되어버렸다. 친구와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에도, 여자 친구와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여행할 때에도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았던 곳은 그 유명한 에펠탑도, 몽마르트르 언덕도 아닌 이민자들의 향신료 냄새로 가득하던 시끄러운 파리 북역과 알마티의 이름 모를 바자르(bazaar)였으니 참으로 희한한 일이다.


그만큼 전통시장에는 그 도시의 날것 그대로의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예전 같은 활기는 느끼기 어렵지만 여전히 시장은 한 나라와 지역을 날것 그대로 체험하고 느껴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다.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에서도 여자 친구와 나는 어김없이 전통시장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날것 그대로의 에스토니아를 만날 수 있었다. 에스토니아의 전통 시장에서는 무엇을 팔까? 지금부터 탈린 올드타운의 전통시장 발티얌(Balti Jaam)으로 떠나보자.



1. 독특한 해산물의 천국


탈린 올드타운 근처에 위치한 발티얌(Balti Jaam)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시장이다. 탈린은 발트해와 접하고 있는 항구도시인만큼 이곳에서는 독특한 해산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발티얌 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철갑상어였다. 수족관에서나 볼법한 멋지게 생긴 철갑상어가 잘 손질된 채 얼음 위에 누워있다. 한눈에 봐도 철갑처럼 단단해 보이는 살갗과 샤프한 외모를 뽐내는 철갑상어는 이곳 사람들에게 한낱 식재료에 불과한 것일까?



철갑상어가 있다면 당연히 캐비어도 빠질 수 없다. 한국에서는 5성급 호텔의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캐비어를 탈린에서는 시장에 가면 쉽게 볼 수 있다. 캐비어에도 급이 있는지 7.7유로에서 55유로까지 가격이 다양하다.



신선한 연어와 각종 생선요리는 탈린에서 맛볼 수 있는 별미다. 우리나라의 생선전을 꼭 빼닮은 요리부터 각종 생선구이와 조림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따주는 생굴까지. 탈린은 해산물의 천국이다.




2. 투박한 고기와 숙성육


지금은 나의 소울푸드가 되었지만 어린 시절 나는 해장국이나 돼지국밥을 못 먹었다. 오돌토돌한 식감에 이상하게 생긴 부속고기들이 영 어색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의 이 강렬한 경험은 한국음식 하면 거칠고 투박하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었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은 아이러니하게 유럽을 여행하면서 산산조각 났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시장에서 가죽이 벗겨진 토끼들이 거꾸로 매달려있는 다소 그로테스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 유럽 사람들은 어린이들의 친구 토끼를 무참히 토막 내어 먹는다. 심지어 개구리는 말할 것도 없고 비둘기도 잡아먹고 달팽이도 먹는다고 하니 이 정도면 한국의 번데기나 골뱅이는 양반이다.



에스토니아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와 돼지의 혓바닥과 족발은 시작에 불과했다. 간과 위장을 비롯한 내장은 물론이고 껍데기와 귀까지 안 먹는 부위가 없었다.


다소 신기했던 점은 에스토니아 사람들은 신선한 소고기보다 숙성육을 선호한다는 점이었다. 김치도 많이 먹어본 사람들은 숙성된 김치를 더 좋아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개인적으로 취향은 아니었지만 독특하고 강렬한 향에 익숙해지기만 한다면 깊은 소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3. 마녀 인형과 방독면


에스토니아는 암흑의 시대라고도 불리는 중세시대와 인연이 깊은 나라다. 실제로 흑사병과 마녀사냥 등 당시의 비극적인 생활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유적들이 나라 곳곳에 흩어져있다. 탈린의 발티얌에서도 다소 기괴하게 생긴 마녀 인형들과 섬뜩한 방독면을 파는 가게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디지털 혁신과 스마트시티라는 단어는 에스토니아의 극히 일부분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탈린의 발티얌(Balti Jaam)에서 우리는 다소 투박하고 생소하지만 생동감 넘치는 날것 그대로의 에스토니아를 만났다. 여행을 떠나기 전과 다녀온 후의 인식이 달라지는 만큼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진다. 이것이 오늘도 우리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다.




이전 05화 타르투 : 에스토니아의 대학도시에 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