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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May 10. 2022

150일간의 절필

글쓰기라는 사치

2022년도 벌서 삼분의 일이 지나갔다. 신기하게도 2022년 상반기는 인생의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체감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그렇다). 아마도 ‘AI(인공지능)’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발을 담그고, 매일매일 새로운 지식과 경험들로 하루하루를 꽉꽉 채워 넣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반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새로운 것’과의 만남을 이어왔다. 늘 인생의 숙제처럼 생각하던 프로그래밍 언어 한두 가지를 꽤나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고, 대학교 졸업 이후로 이별했던 수학과 통계학과 재회했다. 그 결과 스스로 간단한 머신러닝 모델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으며, 각종 데이터 툴을 다루며 조잡한 인공지능 앱을 하나 만들었다.



반면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자연스럽게 내가 ‘오래된 것’들과 멀어지게 만들었다. 글쓰기는 나와 멀어진 ‘오래된 것’들 중 하나였다. 글쓰기를 하지 않은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다. 백만 년 만에 접속한 브런치에서는 무려 150일간 새 글을 보지 못했다며 내 안부를 궁금해했다. 미친 듯이 달려온 2022년 상반기. 글쓰기는 나에게 있어 생산성 없고 시간만 잡아먹는 사치이자 신선놀음이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에 대한 느낌과 감상을 적어내는 것은 전혀 실용적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나는 너무 절박했다. 



그러나 미친 듯이 달리다가도 문득 뒤를 돌아보고 싶을 때가 있다. 올해의 시작, 나는 왜 무언가에 홀리듯 인공지능이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었을까?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인공신경망을 만들어 내면 그 속에 영혼이 깃들 수 있을까 하는 그 바보 같은 질문 때문이었을까? 내가 달려가고 있는 이 길의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렇게 시답잖은 질문을 다시 시작하며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을 무렵, 글쓰기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어 왔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지만, 가끔 글쓰기를 하며 이런 시답잖은 질문들에 답해보고 싶어질 때가 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하고,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빛의 속도로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뒤를 돌아보며 나름의 의미와 귀중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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