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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바트로스 Aug 26. 2023

베르나르의 소설을 읽고 인공지능(AI)를 생각하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인공지능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에는 인생의 허무감과 권태를 맛보고 스스로 '어항 속의 뇌'가 되기로 결정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피와 뼈로 가득 찬 육체는 세월이 흐르면 쇠약해질 뿐만 아니라 정신이 자유롭게 활동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 주인공 귀스타프는 육신으로부터 해방되기 위해 불필요한 신체를 모두 제거하고 뇌만 남겨놓고자 하는 기괴한 발상을 하기에 이른다. 그의 후손들은 뇌가 담긴 어항의 온도를 조절하고 그에게 영양액을 공급해 준다. 손자와 아이들은 그들의 할아버지 귀스타프의 뇌에 케첩과 식초, 생크림 등을 뿌려가며 꿈틀대는 뇌의 반응을 흥미롭게 관찰하기까지 한다.


출처 : shutterstock

 

 육신을 버리고 '어항 속 뇌'로 살아가기를 결심한 구스타프의 이야기는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는 인공지능의 출현을 떠올리게 한다. 언어모델(Language Model, LM)을 비롯한 인공지능(AI)은 시각과 청각 그리고 촉각 등 오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못지않은 추론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에게 주어진 분야의 태스크를 기가 막히게 수행해 낸다는 점에서 귀스타프의 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챗GPT와 같은 언어모델이 귀스타프와 같은 의식과 지각능력을 가지고 세상을 경험하고 있는지는 아직까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누군가는 이것을 작가의 특이한 상상력이나 단순한 SF영화의 소재로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생각하는 컴퓨터'라는 주제는 지금도 컴퓨터 사이언스와 인지과학 그리고 뇌과학의 힘을 빌려 진행 중인 엄연한 인공지능의 연구분야 중 하나이다. 병렬분산처리(Parallel Distributed Processing, PDP)와 기호가설체계(Symbol system) 가설은 우리 뇌 역시 그 작동방식이 매우 복잡한 컴퓨터일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참고 : 딥러닝과 인지과학

  

  어항 속 뇌로 살아가는 귀스타프는 행복했을까? 아름다운 풍경과 감미로운 음악도 들을 수 없는 세상에 던져진 채 그저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먼 훗날 인공지능(AI)이 의식을 획득하게 된다면 그들은 귀스타프 할아버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우리 인간은 과연 그들보다 특별하게 대우받아 마땅할까?


  항상 그렇듯 작가들의 상상력은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시대상에 맞는 상각거리를 제공해 준다. 그리고 작가들의 상상력이 현실이 되는 광경을 우리는 이미 많이 목격했다. 빛은 입자이자 파동이라는 양자역학의 해괴한 주장은 유사과학이라며 비난받았지만 결국 오늘날 과학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 잡았다. 상상력과 과학은 서로 떼어놓고 생각해야 할 만큼 다른 분야가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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