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전의 여행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10년이 지나도 잊히지를 않는대... 거리의 풍경이며 그날의 냄새와 공기까지! 도대체가 어떤 곳 이길래!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지의 추억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2014년의 인도 여행이 그렇습니다. 눈곱만큼의 기대도 하지 않고 아무런 계획 없이 혼자서 배낭 하나 짊어지고 훌쩍 떠난 인도 여행은 제 인생에 큰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오늘은 한 달간의 인도 배낭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함피의 추억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함피(Hampi)는 인도 남서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너무 규모가 작아서 근처 호스 펫(Hospet)이라는 도시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수시간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습니다.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드넓은 평원에 아무렇게나 흩어져있는 풍경은 보고 있는 사람에게 참 복합적인 감정이 들게 합니다. 아름다움, 웅장함, 경이로움, 미스터리함, 무서움까지... 이 곳이 화성 혹은 외계행성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저는 스쿠터를 빌려 타고 함피 구석구석을 누볐습니다. 이 곳 함피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반면 조금만 외곽으로 나가도 끝없는 돌산이 펼쳐집니다. 마을 중심부를 제외하고는 가로등도 잘 없어 해지기 전까지는 돌아오는 게 좋습니다. 주변에는 가로등 하나 없어서 길이라도 잃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실제로 실종된 여행자도 있다고 합니다.)
이 곳 함피에는 한국에는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지만 저렴한 물가와 독특한 풍경으로 유럽인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났던 어떤 영국인 여행자들은 반년 동안 휴가를 내고 이 곳에서 요가 클래스를 들으며 장기간 머무르고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인들과는 많이 다른 삶과 여가에 대한 인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이 곳에서 운 좋게도 어느 한국인 여행자를 만나 반나절 동안 일정을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유적지 근처의 어느 한적한 가게에서 맥주 한잔 하다가 낮잠을 자기도 하고 아무런 이야기나 지껄이면서 놀았습니다. 한국에서 액세서리 디자인과 세일즈를 하고 있다던 저보다 다섯 살 많은 형이었습니다. 남인도를 여행하면서 한국인 여행자를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매우 반가웠습니다.
함피 곳곳에는 자연 그대로의 즐길거리가 많습니다. 스쿠터를 타고 함피를 돌아다니다가 한 무리의 유럽 여행자들이 바위 위에 모여있는 것을 보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곳에서 다이빙을 하려 한다더군요... 처음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엔 저도 모르게 짐을 맡기고 바위 위에서 포즈를 잡고 있었습니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함피에서는 이처럼 조금만 걸어가도 바로 유적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왕궁터나 코끼리가 살던 축사가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4세기 힌두 왕조의 유적지가 생생하게 보존되어있어 함피는 마을 전체가 UNESCO World heritage site로 등재되어있다고 합니다.
2014년의 인도와 지금의 인도는 분명 다릅니다. 도시의 풍경도, 거리의 냄새도, 그곳의 공기도 조금은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그곳을 다시 찾아서 2014년을 추억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제 인생에는 큰 의미가 있는 특별한 경험일 것입니다. 지금은 코로나로 갈 수 없지만 코로나가 끝나면 꼭 다시 찾고 싶은 인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