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옥스포드가 있다면 에스토니아에는 타르투가 있다
수도 탈린에서 기차를 타고 고요한 설원을 따라 남동쪽으로 약 두 시간을 달리면 에스토니아 제2의 도시 타르투가 모습을 드러낸다. 발트해와 중세 유적 그리고 현대적인 건물들로 가득한 탈린과는 다르게 내륙지방에 위치한 이 곳 타르투는 아담하면서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도시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타르투는 영국의 옥스포드와 같은 대학도시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교환학생과 유학생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 서로 국적이 다른 학생들이 영어로 열띤 토론을 벌이는 모습은 너무나도 흔한 풍경이다. 이 젊음과 대학의 도시를 걷고 있으면 마치 10년 전 대학 신입생 시절로 돌아간듯한 기분이 든다.
대학교 입학식으로부터 벌써 12년 하고도 10개월이라는 어마무시한 세월이 지나 벌써 만으로 서른한살이 되었지만 이 곳에 와서 나는 부쩍 타르투 대학교 학생이냐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손사래를 치며 교환학생도 유학생도 아닌 그냥 관광객이라고 해명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대학생이라는 단어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수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그리고 씁쓸함이 더해져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이 담겨있다. 사람들로 붐비는 시청광장 근처 카페에 앉아서 이렇게 글을 쓸 때면 나는 20대 초반의 대학시절로 돌아가 생각에 잠기곤 한다.
지금의 내가 다시 대학생이 된다면 나는 그 기나긴 세월을 어떻게 보낼까? 그때로 돌아가도 다시 나는 열심히 놀고 공부하고 취직했을까? 어쩌면 유학을 가지 않고 일찍부터 돈을 모아 세계여행을 떠나거나 창업을 하는 선택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만약 유학을 가지 않고 해외에서 직장생활도 해보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유학과 회사생활이라는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더욱 깊은 후회가 남지는 않았을까? 결국 인생이라는 여행의 여러 갈래길에서 우리는 그때그때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내리며 살아간다. 당시 최선이라고 믿었던 선택이 나중에는 후회로 남는 경우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어쨌든 기나긴 인생길에서 내가 내린 선택이 어떠했는지에 대한 평가는 인생이 끝나는 그 순간에 내리면 된다.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는 것만이 인생이라는 유한한 여정에서 내가 한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오늘도 여전히 타르투의 시청광장은 젊음으로 자유롭고 활기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