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요즘 미국 위스키의 대세는...?”

[쪽샘살롱 10] 와일드 터키, 메이커스 마크

by Harry Yang

잭 다니엘스(Jack Daniel's)

우리 세대에서 어릴 때 국산 위스키 말고 진짜 외국 양주 마셔봤다는 이야기에 빠지지 않는 술이 잭 다니엘스이다. 쪽샘살롱 찾는 손님들 중에도 왕년에 마셔본 위스키로 제일 많이 꼽는 것이 잭 다니엘스이다. 대학생 시절쯤에 직장 다니는 선배가 후배들에게 호기롭게 '오늘 양주 산다'며 끌고 가서 마실 법한 풍경에 등장하는 술이다. 혹은 유흥주점이니 단란주점이니 가서 가성비 양주를 시켰을 때, 온 더 락 잔과 콜라 등과 함께 들어오는 주종이기도 하다. 어쩜 그렇게 하나같이 비슷비슷한 이야기를 하는지 놀랄 정도였다.


나는 30대가 되기까지는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기에 이런 풍경을 뒤늦게 확인하면서 흥미롭게 느꼈다. 왜 잭 다니엘스였을까? 잭 다니엘스는 '미국의 소주'라고 불릴 만큼 싸고 많이 마시는 가성비 높은 술이었기 때문이다. '마이 웨이'를 부른 대가수 프랭크 시나트라가 마지막까지 즐겨 마신 술이 잭 다니엘스라고 한다. 허다한 연예인, 가수들과 록밴드의 기행과 주사에는 잭 다니엘스가 함께 한다. 모틀리 크루, 너바나, 롤링스톤스 등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그 잭 다니엘스는 한국에 수입될 때는 좀 고급 양주로 가격이 매겨졌다고 한다. 그래서 좀 고급 위스키로 여겨졌지만, 사실은 한국에서 소주 찾듯 마시는 술이었다는 얘기다.


1.브라운포맨_잭_다니엘스_테네시_위스키.png 테네시 위스키 잭 다니엘스


미국 위스키는 스코틀랜드나 아일랜드와는 생산 방식이 달랐다. 통칭 아메리칸 위스키(American Whiskey)는 주 재료가 몰트가 아니고, 옥수수다. 흔히 아메리칸 위스키를 대표적으로 버번(Bourbon) 위스키 혹은 켄터키(Kentucky) 위스키라고 부르는데,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이름을 딴 켄터키 주 버번 카운티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켄터키 위스키가 지켜야 할 핵심 원칙은 아래와 같다.


A(America): 반드시 미국에서 생산되어야 함.

B(Barrel): 반드시 불에 그을린 새 오크통만을 사용할 것.

C(Corn): 최소 51% 이상의 옥수수를 사용할 것.

D(Distillation Proof): 증류 시 알코올 도수는 160 프루프(80%)를 넘지 않을 것.

E(Entry Proof): 오크통에 넣을 때 알코올 도수는 125 프루프 (62.5%)를 넘지 않을 것.

F(Fill Proof): 오크통을 열어 병에 봉입할 때 위스키 도수는 80 프루프 (40%)를 넘길 것.

G(Genuine): 도수를 조절하기 위한 물 이외에 조미료/색소 등 어떤 첨가물도 일절 금지.


스코틀랜드의 기준으로 보면, 아메리칸 위스키는 몰트위스키가 아니고 그레인위스키에 해당한다. 숙성도 스코틀랜드처럼 엄청나게 오래 하지 않는다. 잭 다니엘스는 아메리칸 위스키 중에서도 켄터키 위스키라고 쓰지 않고, 테네시 위스키(Tennessee Whiskey)라고 쓴다. 생산지역이 켄터키가 아니기도 하지만, 생산방식 중에 증류한 원액을 오크통에 넣기 전에 단풍나무 숯으로 여과하는 공정을 꼭 거치게 하고 있는데, 그런 차이를 두고 명칭을 달리하고 있다.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이자면, 나는 잭 다니엘스는 온갖 스토리를 풍성하게 달고 다니는 위스키이기는 하나, 마셔보면 알코올 향이 센 편이고, 맛은 좀 거칠다. 스카치위스키와 비길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미국의 소주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알고 마시겠지만, 미국 위스키로 들어가는 입문 역할을 맡기에는 그 다양성과 품질을 대변하기 힘들다.


와일드 터키(Wild Turkey)와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

코로나 시절부터 국내 주류 수입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홈술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회식형 음주문화가 크게 꺾였고, 각자 집에서 즐기는 술문화가 갑자기 팽창했다. 이때 와인과 위스키 수입량이 급상승했다. 그때 미국 위스키 입문 3 대장으로 소문난 위스키들이 있었는데, 버펄로 트레이스(Buffalo Trace), 와일드 터키(Wild Turkey), 메이커스 마크(Maker's Mark)다. 나는 그중에 뒤의 두 종류를 좋게 마셨다.


IMG_8412.JPEG
IMG_3559.JPEG


와일드 터키는 성분 구성이 옥수수 75%, 호밀 13%, 맥아 12%로 되어 있다. 알코올 함량이 50.5%(101 프루프)로 좀 높은 편이다. 메이커스 마크는 빨간색 밀랍으로 코르크 마개를 봉한 모습이 트레이드 마크인데, 원액에 호밀 대신 밀을 쓰기 때문에 단맛이 좀 더 올라오는 편이다. 알코올 함량은 45%이다. 성수동 같은 지역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는 등 한국에서 엄청나게 프로모션을 많이 하는 편이고, 젊은 세대에서 인지도가 높다.


이 둘은 잭 다니엘스에 비해 맛과 향에서 개성이 넘치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수많은 미국 위스키 중에 버번 입문 삼대장이란 별명이 붙을 만하다. 굽거나 튀긴 음식, 고기류와 잘 어울렸다. 쪽샘살롱에서 몇 번 파티를 했을 때, 경주의 맛집에서 주문한 음식과 여러 위스키를 번갈아 맛본 적이 있는데 풍미 진한 음식과도 매칭이 잘 되었다. 소고기를 생고기로 먹는 경상도 명물 '뭉티기'나, 살짝 구워서 먹는 자리에서는 이들 보다 하나 위의 프리미엄급이라고 볼 수 있는 우드포드 리저브(Woodford Reserve)가 아주 잘 어울렸다. 굉장히 부드러워서 마치 코냑을 연상시킬 정도로 평이 좋았다. 이제는 버번위스키라고 했을 때, 떠올릴 수 있는 선택지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잭 다니엘스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미국 위스키의 세계가 훨씬 넓고, 다양하며, 여러 사람들의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시켜 줄 만한 대표선수들이 이렇게 있다는 사실을 소개하고 싶었다.

B2A52462-9D6B-460E-9107-BEAEDFA73F37.jpg 우프포드 리저브, 최고다.


keyword
월, 목 연재
이전 09화“위스키에 대해 늘 궁금했던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