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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하나 Jun 16. 2024

나만의 위도에 꼭 맞는 섬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섬이지만, 하나의 큰 바다 안에 함께입니다.


처음 만나는 분들을 위해 제 소개를 간단히 하자면, 이십 대는 홍대 길거리에서, 삼십 대의 반은 늦깎이 잡지 에디터로, 또 나머지 반은 태국의 작은 외딴섬 바닷속에서 보낸, 방황이 전문인 작가이자 여행가, 프로페셔널 다이버입니다. 얼마 전까진 해외에서 파란 눈의 외국인들에게 다이빙을 가르치는 일을 하며 바다에 기대어 밥을 벌어먹었어요. 그동안 제 삶의 고백이 사람들에게 거울로 비치길 바라는 마음으로 써 내려갔던 에세이가 브런치 특별상에 선정된 행운으로, 작년 여름의 끝자락엔 <서울에서 도망칠 용기>라는 에세이를 정식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서로 각각 따로 떨어진 섬이란 생각을 해요. 이따금 근사한 보트를 타고 이웃 섬에 놀러 가 화려한 파티를 즐기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낡은 뗏목을 타고 나갔다 갑작스럽게 만난 풍랑으로 위험에 빠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땐 영영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은 건실한 다리가 섬과 섬 사이에 생기기도 하죠. 하지만 결국엔 모두 제각각 섬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이는 제 섬이 없어 남의 섬을 빼앗기도 하고, 얹혀 지내기도 하죠. 또 어떤 이는 섬으로 돌아갈 생각을 아예 않고는 너른 바다를 떠다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섬과 섬 사이가 잠시 연결되는 그 순간, 오로지 당신과 내가 연결되는 그 순간을 위해 바람이 불고 파도가 쳐도 또다시 바다로 나아갑니다. 또다시 상처투성이가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단 두려움을 안고서도,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갑니다. 이 아름다운 반복의 여정이 모이고 모여 삶이 되니까요.     

      

풍랑이 잦아든 날이면 그저 달큼한 코코넛 하나 따 먹으며 붉게 물든 수평선을 평화롭게 바라볼 수 있는, 나에게 꼭 맞는 온도와 습도와 바람, 냄새를 가진, 나만의 위도에 꼭 맞는 나만의 섬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방식으로 찾아내는 과정도 삶, 그 자체니까요.            


여전히 방황하고 흔들리고 여리고 예민하고 상처가 많아 고단한 우리. 그래서 정도 많고 눈물도 많고 공감도 잘해 세상에 선한 보탬이 되는 당신의 영혼은 그래서 더 아름답습니다. 당신만의 위도에 꼭 맞는 섬에 닿으면 저를 꼭 초대해 주세요.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섬이지만, 하나의 큰 바다 안에 함께입니다.


망망대해를 떠다니다 비로소 닿은, 지도 어디에도 없는 무명의 섬, 누구도 재단하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재촉하지 않는 곳. 제 목소리를 따라오세요. 이 섬에서 당신은 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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