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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 Nov 08. 2023

나도 언젠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그건 네 스타일이 아닌거야

물고 잡고 늘어지고 의지하고.

내 일상이었던 십년의 나날들이 지나고 여기 지금 내가 있다.

왜 그렇게 힘들었던 것일까.

뭐가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한 순간에 이렇게 많은 것이 해결되었는데 말이다.


"네 스타일이 아닌거야 ~ "

"너가 10년동안 붙잡고 늘어지고 해봤잖아? 그런데 나아진 게 있어? 너 상황이 더 나아진게 있어? 너가 좋게 변했냐구."


2주전 일요일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엄마가 했던 말이다.


'내 스타일이 아니다' 라는 말로 한순간에 위로받고야 말았다.

물론 나름의 합리화 일 수도 있겠지만, '아,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박혔을 때에 찾아온 평안함은 습관처럼 굳어진, 묘하게 일그러진 내 표정을 일정가량 반듯하게 펴주었다.



복기하고 싶진 않지만, 나는 10년 넘게 한명의 우상을 따랐다.

그가 하지 말라면 하지 않았고, 하라면 했다.

하라고 하는 것들 중에 잘 안되는 것이 있어도 하려고 노력했다.

그 중에 하나가 어려운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이기적 유전자' , '총균쇠', '요리본능' , '눈먼 시계공', '코스모스' , '10% 인간',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등등.

난 그 사람에게 의존했고 책을 읽는 행위에서 안정감을 찾았다.


그리곤 나는 쓰는 사람이 되었다.

원래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렇게 글쓰는 것이 취미가 되리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잠깐 글쓰는 것을 좋아하여 소설가가 꿈이었지만 그 이후론 한 번도 글을 쓰는 것으로 직업을 삼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상상한 적도 없었다.

결국 그 우상 덕분에 나의 취미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들어왔다.


'넌 글을 써야 되.' 라고 지나가듯이 했던 말도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내게 아직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 사람의 말과 행동 중 저 말이 제일 요새 기억에 남는다.  


 


노래도 배우고 있다.

난 베짱이 체질이라 돈버는 것 보다 노래부르고 글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 상황이나 내 적성에 맞춰서, 철이 빨리 들어서, '상경계열을 전공해야겠다' 라던지 하는 기특한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나는 진짜로 예체능적인 꿈만 가득했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던 종교도 받아들이게 되었고, 요새 너무 많은 것들이 한 순간에 변해버렸다.

그렇다고 내 답답한 성격이 바뀌진 않았지만, 엄마의 그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은 몰랐다.


그럼 '내 스타일은 무엇일까?'


오늘 문득 든 생각인데 살면서 너무 모든 것에 힘을 잔뜩 주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힘을 빼고 내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는지 흘러가는 대로 두다 보면 내가 선호하는 것들을 알게 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명확히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지금 하고 있는 공부를 접을 생각은 없지만,

공부 시간 이외에, 일하는 시간 이외에는 내가 어떤 짓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지 관찰해 볼 생각이다.


며칠 전 생일 때 성인이 된 후 제일 많은 선물을 받았다. 그 중 김초엽 작가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이라는 책을 선물받았다. 그 책을 읽으며 생각해 봤다. '나도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언젠가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됬다는 말을 나누었을 때 책 선물을 주신 분이 대단하다고 축하하다고 해주셨다.

그리곤 이 책을 생일 때 선물을 주셨는데 이 책이 후일에 내가 어떤 사람이 되었을 때 이 책 덕분에 내가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렇게나 글을 못쓰지만 말이다.



그 우상이 허무맹랑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은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생각은 나의 정신건강에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괜히 내가 따랐던 우상과 함께 시간을 많이 보냈던 사람을 최근에 만나서 그  사람 생각이 더 많이 난다. 혼란스럽다. 그러나, 뭔가 찾아온 평온함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지금은 아직도 남아있으니 엄마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네 스타일이 아닌거야~ '


그 말이 '편하게 살아. 마음 편하게 살아.' 라는 말로 들렸다.

그래서 마음이 정말로 편해졌고, 지금좋다.


설사 이 글이 내 힘들었던, 그 우상을 따랐던 시간들 안에서 썼던 글보다 못하다 하더라도. 힘이 들어간 글이 아니라 하더라도... 지금이 좋다.


그저 ' 그 책 다시  한번 읽어봐 ? ' 하는 생각이 다시  들긴 하지만. 이제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지. 쓸 데 없어보여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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