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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트롱사이다 Sep 07. 2020

#10. 느리게 걷자.

코로나 때문에 센터도 문을 닫고, 통합어린이집도 쉬고 모든게 멈춘 느낌이다. 이럴때 건우의 치료도 쉬는거라서 마음이 좀 초조해지기도 한다.

건우의 견우 루틴한 스케줄이 중요하다.

하루의 일과가 예상가능하고, 그에 따르게 움직이는것에 안정감을 느끼고, 그로서 발생되는 문제행동들이 최소화된다.

한동안 건우의 텐트럼이 한참 심해졌을때, 원인분석을 해보니 스케줄의 불안정성에서 오는 것들이었다.

그 속에 자기의 요구가 제대로 이루어 지지 않으면 극단적으로 짜증과 분노를 표출하였다.

그래서 한동안 PECS를 이용하여 스케줄을 늘 이야기해주었고, 일주일내내 아침에서 오후 일과는 어린이집에서 보낼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예전엔 중간중간 센터를 가거나 특수 체육을 하는 스케줄들이 있어서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들이 일정치 않았다. 그것도 건우에게 스트레스 였을거라고 분석해주셨다)

신기한건 그렇게  스케줄을 정리하고, 아침에 늘 스케줄을 이야기해주고 보여주는 것들을 반복하면서 ,

건우의 문제행동은 드라마틱하게 많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요즘, 코로나 때문에(?) 대중교통을 거의 타지 않고 있는데 건우의 요구가 극에 다다랐다.

눈만뜨면 버스 타요 지하철 타러가요

ktx타러 가요 등등 탈것들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또다시 스케줄표를 이용한

것들을 다시 시작하라 하셨고, 또다시 나는

스케줄표를 들고 다니고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은 이제 그림이 아닌 글자라는 점.

건우가 그림보다 글자를 좋아하고,

이미 글자를 다 읽는 수준이라 (신기한 자폐월드...

가르쳐준적없는데 어떻게 글자를 읽는것인가!!-

통으로 그림 기억하듯이 기억한다는데.....)

스케줄 표에 내가 글자로 써주고 여러번 일러준다.

오랜만에 버스를 탔을때는 인간이 기쁠때 저런표정이

나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환하게 웃으며 버스 좋아요!!!

엄마 사랑해요!! 를 외쳤다.

정말 그렇게도 좋을까.

손소독제를 지문 닳을때까지 발라가며 버스 타고 한바퀴 돌았다. 그래봤자 동네 한바퀴였지만

요즘 버스병에 걸린 오건우의 집착을 훨씬 완화시켜주었음은 물론이다.

감자튀김을 사러들어간 곳에서

건우같은 20대 자폐인을 보았다. 누가봐도 조금은 어눌한 손동작들과 시선.이제 나는 멀리서도 알아본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걷는 모습으로도 좀 알겠다.ㅋㅋ

약간의 흐느적거림이 있음)

재미있는건 우리 첫째가 거기 있는 화분 나뭇잎을 만지려 했는데 갑자기 나를 향해 ‘ 아주머니, 아이가 나뭇잎을 만져요. 그건 나빠요. 하지말라고 하세요’라고

어찌나 똑부러지게 이야기 해주던지....ㅋㅋ 나는 고마워요 ...라고 말하며 첫째에게 저기 삼촌이 하지말라고 하네..라고 했다. 그 와중에 혼자 와서 햄버거 세트도 사먹고있는모습이, 나중에 건우는 혼자와서 햄버거를 살수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할수있도록 연습하면 되겟지....그렇겠지?

건우가 아니었으면 이런 생각도 못했겠지.

그리고 나는 그런 자폐인들을 경계했을것이다.

나와는 다른사람...

다르다는것은 모른다와 연결되어, 몰라서 이해하지

못하는게 참으로 많다.

가끔 내 지인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런이야기들을 한다.

건우 아니었으면 우린 자폐아에 대해 전혀 몰랐을꺼야.

그리고 알고 나서는, 아이의 입장에서 시선에서

이해해준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을, 이렇게 절감할줄이야.

그리고 자폐에 관한 것들이 무궁무진하여 나는 더 알아가야 한다.

나름 공부를 한다고 하는데 ...

일단 시작의 길에는 들어섰다.

나 역시 건우처럼 느리게 느리게 가보려 한다.

오늘 따라 장기하의 <느리게 걷자> 가 듣고싶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우후후)
죽을만큼 뛰다가는(우후후)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우후후)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점심때쯤 슬슬 일어나
가벼운 키스로 하루를 시작하고
양말을 빨아 잘 펴 널어놓고
햇빛 창가에서 차를 마셔보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그렇게 빨리 가다가는(우후후)
죽을만큼 뛰다가는(우후후)
아 사뿐히 지나가는 예쁜(우후후)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고 지나치겠네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채찍을 든 도깨비같은
시뻘건 아저씨가 눈을 부라려도
아 적어도 나는 니게 뭐라 안해
아 그저 아 잠시 앉았다 다시 가면 돼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우리는 느리게 걷자 걷자 걷자(걷자 걷자)

https://youtu.be/K9CcKKajSjs


고양이 한마리도 못보고 지나치면 안되지.ㅋㅋㅋ

느리게 걸어야 고양이도 보고 우리 아이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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