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도시 촌놈이 무슨 베짱으로

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by 쌀방언니

수박 농사는 지어진 하우스에서 두 번의 수확이 끝나면 철거한다. 요즘은 대형 하우스가 많아 일년내내 하우스를 만들어 놓고 여러 번 농사를 짓는 곳도 있지만 내가 있는 마을은 한 번만 지었다.

그 한 번의 농사가 한 가족의 1년 수입원이었다. 그렇기에 내 일을 제쳐두고 다른 사람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자신의 농사가 우선시 되는 게 당연하였고, 그렇기에 우리의 농작업은 늘 한발짝 늦었다. 쉴 틈이 없이 일하시는 와중에 우리에게 틈틈이 일을 가르쳐주시는 그분들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열심히 일을 따라하는데도 농사가 처음이라 행동이 느렸던 우리는 더 오랜 시간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순을 매일매일 땄다. 하우스 안의 더위가 힘들긴 했지만, 순을 따는 단순노동이 불멍이나 바다멍처럼 모든 잡념을 없애주어 마음은 편했다.

어느 날, 순을 열심히 따고 있는데 속이 울렁거렸다. 참아보려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밖으로 뛰쳐나가 속에 있는 것을 모두 게워냈다. 밖에 나온 김에 잠시 바람을 쐬니 한결 속이 편해져서 나는 다시 하우스 안으로 돌아가 하던 작업을 계속했다.


속이 안좋아 먹을 것을 모두 비워낸 첫날에는 아침에 먹은 밥이 소화가 되지 않아 그런 줄 알았다.

그다음 날에도 속을 비워낸 나는, 안 하던 농사일을 해서 몸이 좀 피곤한 거라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에도 똑같은 증상이 일어났다. 나는 아침에 하우스로 출근했다 속이 불편해지면 집으로 돌아와 잠시 쉬었다 다시 하우스로 나갔다.

그렇게 틈틈이 쉬는 시간을 가졌는데도 컨디션이 돌아오지 않자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일주일 되던 날 나는 이장님 하우스로 달려갔다. 여러 동의 하우스 안을 샅샅이 살펴봐도 이장님과 사모님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하우스를 다시 한번 구석구석 살피고 안 계신 것을 확인하고는 하우스 근처에 있는 이장님의 농막으로 달렸다. 다행히 농막에서 사모님을 만났다. 사모님은 나에게 시원한 커피를 내어주셨다.


나는 최근 일주일동안 나에게 일어난 증상을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단번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더위 먹었네. 더위 먹었어.”

“네???”

“누가 그 시간에 하우스에 들어가누. 지금 날씨에는 낮에는 온도가 너무 올라가서 하우스 안에 있으면 안 돼.”

낮의 하우스 안의 온도는 40도가 넘는다. 이런 온도 속에서 일을 하면 열사병에 걸릴 수 있다. 그건 상식이었다.

사모님은 우리가 알고 있는 줄 알고 말하지 않았다고 하셨다.

하지만 우리는 누구나 아는 그 상식을 모른 채 모두가 하우스 안에서 일을 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속도를 맞추려면 더 열심히 순을 따야 한다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우리만 그 시간에 하우스 안에 있었다. 다른 분들은 새벽 일찍 나와서 하우스 일을 하시고 낮에는 집에 가서 쉬시거나 집안일을 하셨다. 그러다 해가 질 무렵 하우스로 다시 나와 일을 하신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날 우리는 다 아는 상식도 모르는 ‘도시에서 온 촌놈’임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모르면 물어야한다. 미련하게 참으면 안된다. 농사가 처음인 우리가 무슨 베짱으로 물어보지도 않고 어림짐작으로 그 상황을 판단했을까? 참는다고 해결되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리석고 참 미련했다.

그 후, 나는 햇볕이 뜨거운 낮에는 하우스 안에 들어가지 않았고, 순을 따는 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속도가 붙었다.

순 작업이 거의 마무리 되고 꽃들이 피기 시작하자 수정될 꽃만 남기고 꽃들도 모두 제거했다.

꽃까지 제거하니 수박 키우기의 다음 단계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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