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수박 키우기 게임 레벨1

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by 쌀방언니

도시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온가족이 함께하는 귀농생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내가 도시생활을 정리하는 동안 남편은 수박 하우스를 지었다. 기계를 사용하면 3시간 만에 끝났을 일을 남편은 기계가 없어 일일이 손으로 해야 했기에 3일이 걸렸다. 한달이 훨씬 넘어서 우리의 하우스가 완성되었다.

벼 수확이 늦어져 하우스를 만들지 못하고 있던 땅이 하우스를 완성하자 그제야 눈에 들어왔다.

‘빨리 시작해야 할 텐데….’라고 걱정했던 그 땅은 사람을 써서 단 며칠 만에 하우스를 뚝딱 완성했다. 완성된 하우스를 보며 나는 농사 왕초보의 오지랖퍼에 실소가 나왔다.


이렇게 간단히 커다란 하우스가 지어지는 것을 보고 우리의 한 달 반의 노고가 억울하게 느껴졌지만, 그 방법을 미리 알았더라도 우리는 맨손으로 하우스를 지었을 것이다. 첫번째 이유는 농사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하는 필요성을 알고 있었고, 두번째 더 현실적인 이유는 사실 내 주머니엔 사람을 써서 하우스를 지을 돈이 없었다.


아무것도 없던 땅에 하우스가 지어지고 나니 이제는 안에서 수박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작업을 했다. 집을 짓는 것에 비유하자면 뼈대를 지었으니 이제는 내부 공사를 할 차례다. 하우스 밖에는 비가 올 때 물이 고이지 않고 잘 흐르도록 골을 내고, 하우스 안의 양쪽은 수박을 심을 공간, 가운데 부분은 농작업을 할 수 있게 통로를 만들었다.

수박을 심을 공간에는 영양분을 넣고 흙을 곱게 갈아 비닐을 씌워 수박 모종이 땅에 안착하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하우스 농사는 온도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바람과 열기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비닐 속에서는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하우스의 양쪽 외관에 문을 설치하여 바람과 열기를 조절하고 지붕에는 환풍기를 만들었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물, 물은 식물을 키우는데 필수다.

자연에서 키우면 비가 내려 식물에 수분을 보충해 주지만 하우스는 그 비를 막는다. 물의 공급을 위해 바닥에 호스를 깔아주고 더 많은 물을 필요로 할때는 이동용 호스를 통해 물을 보충해준다.


수박은 겨울에 키워야 봄부터 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수박을 만날 수 있다.

겨울의 밤은 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낮에 들어온 열기를 잃지 않기 위해 하루스를 덮어줄 이불을 설치한다. 요즘은 난방시설까지 하는 곳도 있다.

이 모든 작업이 끝나면 드디어 수박을 심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장님이 일을 하실 때 곁에서 도와드리며 하는 작업을 지켜보고, 일을 마치고 우리 하우스에 오셔서 가르쳐주면 그때부터 배운 대로 우리 일을 했다.

수박 모종을 심던 날, 드디어 수박을 심는다는 생각에 설렜다.

도시에서 자란 우리가 보기에는 그냥 풀인 이 모종이 자라서 수박이 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몸은 고되고 힘들었지만 모든 것이 처음인 우리에게는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하면 다음 미션이 주어지고 또다시 그 플레이를 마치고 나면 다음 미션이 주어지는, 마지막 미션까지 끝나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지 기대되는 그런 게임 말이다.


우리가 심은 모종이 땅에 안전하게 뿌리를 내리자 곧 줄기가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이쁜 수박을 키우는 새로운 게임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게임은 선택과 제거의 반복이다.

맛있고 탐스러운 수박을 얻기 위한 작업은 줄기 정리부터다.


1단계는 줄기 선택과 제거- 여러 줄기가 한꺼번에 나오면 그중에서 가장 튼실한 줄기 3개를 선택하여 2개는 하우스 중앙 쪽으로 배치하여 수박을 키우는 줄기로, 너머는 1개는 뒤쪽으로 넘겨 햇빛을 잘 받아 앞의 줄기를 잘 클 수 있게 자리를 잡아준다.

농사는 과학적인 근거와 오랜 경험이 합쳐 매해 발전하며 진행된다.

광합성을 하여 수박을 키워줄 줄기의 잎의 수가 정해져 있고, 그 수에 따라 가장 적합한 수박의 개수가 정해진다.

그 외의 필요 없는 모든 것은 없애야 한다.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는 풀들도 제거에 포함된다. 이때부터는 모두가 분주히 움직이며 차근차근 일을 가르쳐줄 시간적 여유가 없기에 우리는 농작업을 곁눈으로 보고 행동들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2단계 순 선택과 제거 – 수박이 달릴 순을 선택하고 나머진 모두 제거한다.

순이란 한 줄기에서 새로 자라나는 어린싹을 말한다. 수박은 고구마나 호박처럼 마디마다 새순이 돋아나는데 그걸 방치하면 줄기에서 꽃이 피고 그 꽃이 수정되면 수박이 달린다.

한 줄기에 수박이 주렁주렁 열리면 좋은 거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열린 수박만큼 영양분을 나눠가져야한다. 그럼 커다란 수박이 아닌 참외같은 수박이 주렁주렁 열리는 것이다.


수박 키우기 게임은 수입을 낼 수 있는 수박을 만드는 마지막 단계까지 가는 것이다. 그러니 필요 없는 순들은 모두 따줘야 한다.

이 작업은 주로 여자들이 엉덩이 의자를 끼고 앉아서 하게 된다. 의자라 하면 다리가 달려 있어야 하겠지만 이 의자는 방석에 가깝다.

‘농사용 방석’으로 검색해 보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의자는 동그란 의자에 다리 대신 고무줄이 두 줄 달려 있다. 이 2개의 고무줄 사이로 한 다리씩 넣어 의자를 엉덩이까지 끌어 올린다. 동그란 부분을 엉덩이에 맞추고 그대로 땅에 앉으면 된다. 그럼 쪼그리고 앉는 자세가 되는데 엉덩이 부분에 두툼한 방석이 있어 다리가 아프지 않다.

그래도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다 보면 다리가 저리기 때문에 일하는 종종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하는 센스가 있어야 한다.

농사용 방석을 끼고 앉아서 새로 올라오는 모든 순을 깔끔하게 따주는 것이 이 게임에 필요한 스킬이다.


대부분 농사는 부부가 함께하는데 일의 분담은, 남편은 주로 전체적인 하우스 관리를 하고 아내들이 수박 자체를 관리한다. 그래서 이 순 따는 작업은 여자들의 몫이다. 그렇다고 순을 따는 동안 남편들이 노는 건 아니다. 수박이 심어지고 수확될 때까지는 누구도 일을 쉬지 못한다.

남자와 여자가 하는 일이 분리되어 있을 뿐 일은 끝이 없다. 가끔 순이 너무 많을 땐 남편들도 함께 순을 따기도 하는데 신체 구조상 자세가 힘들어 금세 지쳤다.


수박의 줄기가 나오기 시작하면 여자분들의 거의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만나고 싶을 땐 하우스 안으로 가면 어딘가에서 순을 따고 계셨다.

우리의 배움 속도는 더뎠지만 그 배움이 게임을 진행해 나갈 수 있게 만들었다.

게임 초보자답게 실수투성이인 채로 진행되기했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수박키우기 게임을 계속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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