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경상남도 의령군.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지역이라 이름정도만 알고 있었지 한번도 가본적은 없었다.
부동산 사무실에서 땅주인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땅을 보러 갔다.
차를 몰고 얼마 가지 않자 다리가 하나 나왔다. 그 다리를 기점으로 다리를 건너면 의령이었다.
다리를 지날 때 보니 옛날에 지어진 듯한 오래된 작은 다리가 오른편에 보였다. 작고 아담한 다리에 시선을 두자 곧 다리 끝이 보였다.
다리 끝에는 말을 탄 장군이 이곳을 지키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커다랗게 우뚝 솟아 있었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달리다 보니 조용한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마을 건너편으론 논들이 줄지어 있었다. 우리는 뚝방 밑에 자리한 땅에 도착했다.
땅을 둘러보았다. 크기는 한 500평정도 되었다. 뒤편에는 뚝방이 있고, 뚝방 앞으로 논들이 도로를 향해 나 있었다. 마을은 길 건너편에 있어 정미소가 들어와도 아무런 피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뒤쪽 뚝방도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길이라 작은 먼지가 일어도 괘찮아보였다.
500평이면 엄청 큰 땅이긴 한데 시골에서 논으로 치면 큰 땅 축에는 못끼었다. 땅의 지목이 답으로 되어있고 ‘답’은 곧 ‘논’이라는 뜻이다.
가격이 다른 땅들보다 비교적 저렴했는데 그 이유는 절대농지여서였다.
절대농지는 농사만 지어야 하는 땅인데, 어떻게 정미소(공장)을 지을 수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우리는 땅을 알아볼 때 정미소를 지을 수 있는 땅을 알아봤다. 그러다 알게 되었다.
농사만 짓도록 되어 있는 절대농지라 하더라도 농사일에 관련된 건물은 땅의 용도를 변경하여 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래서 절대농지도 상관없이 가격이 저렴한 농지를 찾았고, 이 땅은 가격도 마음에 들었다.
남편과 나는 황소부동산 사장님과 땅주인에게 다시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낮은 산 밑이라 그늘이 빨리 진다는 점, 집에서 거리가 꽤 된다는 점, 바람이 의외로 많이 분다는 점, 큰 길가가 아닌 농로를 따라 뚝방 밑까지 들어가가야 한다는 점.
모든 것을 충족시켜주는 땅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우리에게는 가격면이나 지리면에서나 적당한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둘이서 다시 한번 그 땅을 찾았다. 이곳에 정미소를 지으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하며 땅을 둘러보았다.
의령에 간 김에 우리는 근처도 함께 둘러보았다.
동네가 조용했다.
이 조용함에 적막감이 아닌 고요함을 우리는 느꼈다.
그 고요함이 마음에 들었다.
지금 살고 있는 지역보다 더 시골스러운 느낌이 좋았다.
우리는 이 땅을 사기로 결정했다.
큰 산이었던 땅을 찾았으니 이제는 자금만 마련하면 된다. 우리는 은행부터 찾았다. 얼마까지 대출이 가능하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은행에 가서 땅을 매매하려고 한다고 상담을 시작하자 담당자가,
“혹시 귀농하셨어요?” 라고 물어봤다.
“네”
“의령으로 귀농하셨어요?”
“아니요, 함안으로 귀농했는데 의령의 이 땅에 정미소를 지으려구요.”
“그럼 앞으로 의령으로 옮기셔야겠네요.”
“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옮겨야겠지요. 일이 여기에 있으니깐.”
“그럼, 의령에 있는 ‘농업기술센터’에 한번 가보세요.
‘귀농귀촌정책자금’이라고 있는데 알아보시면 대출하시기에 더 편하실 거에요.”
“그런게 있어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은행에서 나와서 바로 농업기술센터로 향했다. 워낙 작은 군이라 읍내도 작아서 금새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귀농귀촌’ 담당부서를 찾았고, 곧 바로 우리의 계획을 이야기 하였다.
우리의 계획이 터무니없는 이야기로 들렸는지, 아님 너무 거창하게 들렸는지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듣던 담당자는 계장님을 모시고 오셨다.
담당자는 계장님께 간단하게 우리의 계획을 설명했다. 계장님은 우리 앞에 작은 수첩을 들고 앉으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마치자 계장님이 물으셨다.
“그래, 정미소를 지으시겠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