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상도덕에 어긋난 땅

나는 방광암인 남자와 결혼했다.

by 쌀방언니

도서관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남편과 나는 차안에서 대화를 시작했다.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까?”

“다른 곳에 간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그냥 조금 더 일하다가 정미소는 천천히 알아보고 하는 건 어때?”

“어짜피 해야할 거라면 빨리 하는게 낫지 않아?.”

...

“난 한번도 내가 사장이 되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나도 우리가 사업을 하게 될거라곤 생각해 본 적이 없어.”

...

...

“이렇게 하는게 맞는건지, 잘 모르겠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런데 다른 좋은 방법이 있는지도 잘 모르겠어."

...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안해봐서 잘 모르겠네. 잘 하려고 노력해 봐야지.”


독립을 생각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그것이 현실로 다가오니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현실로 다가온 이상 행동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사전에 우리는 제안이 거절될 경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의논 했었다.


우리는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적은 땅과 (물론, 임대이긴 하지만), 수확한 벼의 껍질을 벗겨 쌀로 만드는 정미기술이 있었다.


정미는 정미기라는 쌀을 빻는 기계를 다룰줄 알아야 하고, 벼의 건조상태, 수분량에 따라 정미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했다.


우리가 가진 땅에서 나는 수익만으로는 1년을 살아가가 힘들지만, 쌀로 판매를 한다면 수입은 늘어난다.

거기다 다른 사람들의 벼를 쌀로 찧어주는 도정(정미)까지 한다면 수입은 더 늘어날 것이다.

머릿속의 계산은 대충 그렇게 끝이났고, 우리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정미소를 짓기로 했다.


자, 이제부터 정미소를 지으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나? 크게 세가지로 나눴다.

우선 정미소를 지을 땅이 있어야 하고, 그 땅 위에 건물이 있어야 하고, 그 건물 안에 정미기가 있으면 된다.

이 모든 걸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자금이 필요했지만, 뭐 그건 차근차근 생각해 보기로 했다. 가진돈이 없으니 대출을 할 생각으로 우선 땅부터 알아봤다.


우리에게 딱 맞는 땅을 찾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했다. 준비된거 하나 없이 무작정 대출을 할 수도 돈을 빌릴 수도 없지 않은가.

우리는 우리의 터전이 있는 집 주위부터 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적당한 땅을 찾기는 생각보다 힘들었고, 그나마 정미소가 들어서기에 괜찮다고 생각되는 땅은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비쌌다.


최근 우리 마을에는 공장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군에서 많은 땅을 공장부지로 허가해 주었고, 마을 멀리서부터 순차적으로 공장이 지어지더니 바로 우리 마을 옆까지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땅값이 점점 오르기 시작했고 공장이 늘어날수록 땅값은 무섭게 올랐다.


처음 공장 하나는 오랜 시간이 걸려 지어졌다. 그런데 하나가 지어지고 나니 그 다음 공장들은 빠른 속도로 지어지기 시작하더라.

공장이 우리 마을과 가까워지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이곳이 더 이상 ‘시골스럽지않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살다 시골로 내려왔는데, 주위가 온통 공장이라면 도시에서 살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생각은 그러니 꼭 여기에 정미소를 지을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파생되어 우리는 정미소가 들어설 땅의 범위를 더 넓히기로 했다.


정미소가 지을질 땅의 조건을 우리는 나름대로 정하고 반경을 넓혀나갔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도움이 되는 정미소가 되고싶었다.

그러기위해서는 기계에서 나는 소음이 마을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아야 하고, 벼의 껍질들이 날려 먼지를 일으킬 수 있으니 이점도 신경을 써야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 발품을 팔아 초등학교 뒤쪽편에 위치한 땅을 발견했다.

크기도 적당하고 금액도 적당했다.

볕도 잘 들어 마음에 들었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 땅이 마을 앞쪽에 있어 마을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타지에서 들어온 사람들 아닌가, 직접 마을 사람들을 만나기는 힘들었기에 땅을 소개해준 부동산 사장님께 마을분들께 잘 말씀드려달라고 당부하고 우리는 허가가 가능한지 알아보기 위해 군청을 찾았다.

도시에서는 구청을 찾지만 시골은 군단위 이기에 군청에서 대부분의 행정을 처리한다.


군청에서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본 그 땅에 정미소를 지을 계획이라고 말씀을 드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사려고 하는 그 땅에는 허가를 내줄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유가 황당하다.

허가가 나지 않는 땅이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려고 하는 땅 근처에 커다란 미곡처리장(정미소)이 있어서 안된다는 것이다.

미곡처리장은 벼를 찧어서 쌀로 판매하는 일은 같으나 마트로 비유하자면 홈플러스 같은 대형마트인 샘이고, 우리가 지을 정미소는 구멍가게, 슈퍼같은 것이었다.


우리는 담당자에게 쌀을 찧는 것은 맞지만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말씀드렸다.

구멍가게가 어찌 대형마트와 비교가 되겠는가.

오랜 시간 이해시키고 설득해보았지만 결국 한 곳에 두 개의 정미소가 있는건 상도덕에 어긋난다며 허가를 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얻었다.

이런 경우도 있나,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 땅을 포기해야만 했다.


'더 좋은 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다시 우리는 땅을 찾기 시작했다. 이왕 집에서 멀어진거 더 멀리 가도 상관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지인의 소개로 ‘황소 부동산’ 사장님을 소개 받았다.(특이해서 아직도 이름이 기억난다)

우리는 경상남도 함안에 살았다. 부동산도 함안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분이 소개시켜주신 땅은 함군안이 아닌 바로 옆 동네? 동네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함안이랑 바로 붙어있는 다른 지역인 의령군이었다.

우리는 그 땅을 보러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