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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달팽이 haru Dec 01. 2023

첫 느낌

5. 둘이 하는 여행



재욱과 유정은 고즈넉한 풍경의 작고 아담한 골목에 깊숙이 숨어있는 듯 한 우동집으로 들어갔다. 


"오.. 뭐예요? 식당이 이렇게 숨어있어요? 동화 속에 들어가는 것 같네~"


"원래 로컬 맛집은 이런 곳에 숨어있어요"


"왜요?"


"아무나 갈 수 없게?"


"에이.. 그게 뭐야? 아무나 갈 수 없음 어떻게 찾아가요?!"


"흠.. 특별한 사람만 가는 거죠"


무심하게 말하는 재욱이었다.

하지만 '특별한'이라는 말에 유정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럇샤이~~~(어서 오세요!) 오! 재욱! 오늘 쉬는 날이었던가?”


수염이 가득한 한 중년의 남자가 주방에서 고개를 쓱 내밀더니 외쳤다.

그는 반가운 얼굴로 재욱과 유정을 맞이했다.


“아~ 네! 오늘따라 스즈키상의 우동이 먹고 싶더라고요”


“아~ 뭐야 왠지 오늘 그런 날이야?”


중년의 남성은 재욱의 옆에 있는 유정을 쓱 보고 눈치를 보며

작게 말한다. 


“ 아~~ 그렇구먼! 특별한 사람과 함께 라면 이곳에 와야지! 그럼 그럼~!”


“ 아~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재욱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유정은 일본어로 대화하는 둘 사이에 어색하게 웃고 있었다. 


“안녕하.. 세요.. 아.. 곤니치와?”

유정은 이내 스즈키상을향해 쑥스러운 듯 인사를 건넸다.


“아~ 여기로 와서 앉아요! 플리즈 쉿 다운 쉿 다운”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어색한 일본어로 받아치는 유정이 귀엽다는 듯 스즈키상이 따뜻한 차를 내오며 말한다.


“뭐야 엄청나게 미인이잖아? 우리 동네에 이런 분이 계셨었나?”


너스레를 떨며 식당 사장이 유정에게 말을 걸었다.


“아뇨 우리 호텔 손님이요 (웃음) 아 저희.. 우동 주세요. 스페셜로다가”


"그럼! 오늘 같은 날은 스페셜이지! 우리 재욱이가 여자를 데려오다니 말이야~!!"

스즈키는 여전히 호탕하게 웃으며 둘을 보며 말을 이어갔지만 유정은 어색하게 미소만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녀는 일본어를 알아듣지 못했으니 말이다. 


유정은 일본어로 연신 말을 하는 재욱을 부러운 듯한 눈으로 빤히 쳐다봤다. 

재욱은 유정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왠지 쑥스러웠다.


"그렇게 빤히 안 봐도 알아요 잘생긴 거~"


“헙... 약간 나르시즘 뭐 이런 거 있는 스타일?"

사실 유정은 재욱이 멀끔하게 생기고 호감형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터라 마음속으로 순간 흠칫했다.


"자기애가 좀 있다고 하면 안 될까요(웃음)?"

  

"근데 일본어는 언제부터 그렇게 잘했었어요?”"


“음 태어날 때부터?” 재욱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


“헛… " 기가차다는 듯 유정은 재욱을 흘겨봤다. 


“진짠데. 음.. 어렸을 때 일본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10살 때까지는 도쿄에서 살았고요”


“아~~ 진짜요? 난 또 장난치는 줄..”

 아니 근데 10살 때까지만 살았다면서 말을 이렇게 잘하네요?

 부럽다~~ 난 외국어는 젬병이라”


“부럽기는.. 유정 씨는 뭐 잘하는데요?”


“저요? 음.. 전.. 발레..였죠” 


“발레요? 아... 어쩐지... 아까 발레 동작 할 때.. 그냥 하는 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전 평생 발레만 해서 그것밖에 할 줄 몰라요 "


유정은 싱긋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 발레라..”


“왜요? 이런 얘기하면 다들 와 어울린다. 뭔가 잘할 것 같아 이렇게 얘기하던데? 안 어울려요?"


눈을 흘겨보이며 말하는 유정이 신경 쓰였는지 재욱은 이내 대답했다.


“아뇨. 어울려요 무척(웃음)”


“아 뭐지 이 엎드려 절 받는 느낌?”

근데.. 지금까지 평생 했는데 못하면 더 이상하지...근데 그것도 이제 못하게 됬고..”


"흠..이유 물어봐도 되요?"


"아직 안친하니까..말 안할래요"


"헙..친해지려면 음...유정씨가 한 일주일은 더 여기 머물러야 할텐데?"


"일주일이라...마음같아선 한달 정도는 있고 싶네요"


“음… 다른 거 좋아하는 건요?”

재욱은 이내 또 질문을 했다.


“음.. 혼자 여행하는 거 좋은 것 같아요. 사실 한 번도 안 해봐서... 제 버킷리스트 달성하려고 여기 온 거예요”


“아~ 버킷리스트. 그래서요? 혼자 와보니까 어때요?”


“흠.. 앞으로 혼자 여행해야겠다? 이런 생각?”


“둘이 하는…. 여행도 재밌을 텐데?”

재욱은 유정이 은근히 남자 친구가 있는지 신경 쓰였는지 빙 둘러 물었다.


“모르겠어요 안 해 봐서” 유정은 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재욱은 뭔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

"그럼.. 발레 하면.. 사람들 앞에서 공연도 하고 그래요?"


"흠.. 그렇죠..."

이상하게도 유정의 낯빛이 또 어두워졌다. 


"근데 이제 공연 같은 거 못해요."


조금 전에도 발레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외면 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 애써 이유를 들으려고 하지 않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는 재욱이었다.

그러던 그때 유정이 먼저 질문을 건넸다.


“아. 여기 호텔에서는 어떻게 일하게 된 거예요?”


화제를 돌리려 재욱에게 질문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아.. 저도 유정 씨처럼 여행 왔다가….”


“아.. 여행 왔었구나~”


“반해서.”


유정은 따듯한 차를 마시다 그 말에 왠지 두근 한다.

재욱은 유정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는 호텔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호텔에.. 반해서 그 느낌이.. 왠지 마음이 안정되고”


“아.. 호텔..(웃음)”


유정은 이상하게 두근거린 자신이 머쓱한지 괜스레 찻잔만 만졌다. 

때마침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우동이 둘 앞에 차려졌다.


"그리고 여기 맛있는 우동집도 있고~!"


"아...우동.."


유정은 적절한 타이밍에 우동이 나온게 다행이라 여겼다.

내심 실망 한 것같은 마음을 들키지 않았을까 신경쓰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욱은 그런 유정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두 뺨에 홍조가 띤 것을 눈치채지 못할리 없었다.


“근데...혼자 온 여행인데 오늘은...뭔가 둘이 하는 여행 같다..."

 유정이 나지막이 말해놓고도 왠지 낮부끄러운 멘트였다고 느꼈다.


재욱은 그말을 놓치지 않고 들었다.

"둘이 하는 여행이라...왠지 따듯한데요?" 재욱은 미소를 지으며 유정에게 젓가락을 건넸다.


"따듯하네요. 우동도 그렇고.. 뭐...그쪽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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