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9. 어쩌다 마주친 둘만의 시간 -2

by 작가이유리


얼마나 지났을까? 빈 맥주병이 쌓여가고 아주 조금은 나른한 느낌에 차갑지 않은 바람이

온몸을 애워싸고 있었다.


"와 근데~ 진짜 라면 맛있었어!"


갑자기 나온 이 말은 정말 감탄과 진심이 담긴 것이었다.


"거 봐요~ 맛있죠? 훗"


"응~ 인정~~ 진짜 여태 먹어본 것 중에 제일 맛있음~"


"훗.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라면은 자신 있거든요~ 이게 어떻게 끓이냐면~ 주절주절~"


진지한 얼굴로 라면 끓이는 법을 말하고 있는 그를 보고 있으니 잔잔한 웃음이 흘렀다.


왜 그랬을까? 계속 그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진지한데 보고 있는 사람은 웃게 만드네..


"귀여워.."


넘실대는 파도 소리에 파 묻혀 이 말이 들리지 않았을 거라 생각했다는 게 오산이었다.


"응? 방금 뭐랬어요? 귀엽다고?"


" 아니.. 난.. 그니까..... 큭.. 라면얘기에 그렇게 진지할 일이냐고~~"


"와~ 나 살면서 귀엽다는 말은 처음 듣네~"


"그럴 리가~~ 이렇게 귀여운데? "


취기였을까. 용기였을까. 무턱대고 귀엽다고 말해 버렸다.

계속 장난이 치고 싶었던 걸까? 그래서 계속 자극을 주고 싶었던 걸까?

내가 자극받고 싶었던 걸까?


"그만하죠~ 귀여운 사람이 누구한테 귀엽데~?"


......

'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조용하게 잔잔하게 잔 속의 얼음이 장그랑 하고 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가 잠깐의 침묵을 깨 주었다.


" 말을 그렇게 하면... 오해하잖아"


갑자기 웃음기를 뺀 나의 말에 의아하다듯 그가 쳐다보았다.


"오해?"


"아.. 그러니까 그 귀엽다 뭐 그런 말~~"


"하~ 참 ~ 누나가 먼저 시작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네. 내가 순간 내뱉은 말이 이 정적과 어색함의 시작이 되었다.


"아니 난 진짜 나도 모르게 그냥 나온 말이고.. "


"나도 그냥 한 말인데 ?"


...........


...........


"아~ 맥주 더 없나?"


"더 마시게요? 이미 만취인 것 같은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왔고 맥주는 더 마시고 싶었고 나는 더 취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아니거든~~~ 나 아직 멀었는데?"


"아~ 이 누나 은근 잘 마시네? 사람 걱정 시키는 스타일이야~"


"그래 그거! 그런 거 하지 마~ "


"뭘요?"


그는 정말 몰랐던 걸까. 그가 내뱉은 무심한 말들이 얼마나 사람을 떨리게 하는지 말이다..


"하~ 강사님 연애 많이 해봤지?"


"헐~ 갑자기 뭔? 진실게임?"


"아니... "

......


"진짜 게임이나 할까요?"


"무슨?"


"음.. 입모양 보고 뭐라고 하는지 맞춰보기~?"


"뭐야~~ 그건? "


"안 해봤어? 이런 건데"


그가 자기 입을 보라고 남자치곤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켰다.


그리고는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정말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벙긋거렸다.


"응? 뭐라고? 누나... 바..... 부...? 바.... 보....? 야....?"


"큭... 하하~"


"뭐야~ 방금 바보라고 한 거 맞지? 와~~ 유치해~~ 진짜 ~"


다행이었다. 그의 장난으로 어색한 공기가 순간 다시 바뀌었으니.


"아니 이렇게 하는 거라고~ 연습연습~~"


"치~ 웃기네 그래~ 그럼 못 맞추면 원샷? 콜?"


"와~ 이 누나 오늘 엄청 취하겠네~~"


"맞춰봐~음음!"


야. 이. 선. 수. 야.


"응? 뭔.. 야? 방금 욕했죠?"


"응? 아니거든~~~~ 큭큭큭"


"씁... 욕한 거 같은데?"


사실은 마음에도 없는 말이었다. 그는 진짜 날라리에 선수인 느낌은 없었다.

그저 그의 말이.행동이. 내 온 신경을 건드릴 뿐이었다.

그래서 그를 도발해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야~~ 못 맞췄으니까 마셔라! 마셔라~~"


"에이... 뭐야 ~~"


그는 단번에 맥주를 들이켰다.


"캬~~ 맛있네~~"


"오~~ 맥주 광고 찍으시고~~ 깔깔깔~~"


.......


"씁.. 아 근데 누나"


"음?"


"흠... 근데 나 선수는 아니에요~"


'뭐지? 알아맞춘 거였어?'


"아..... 아니 그냥.. 장난.. 근데 뭐야 맞췄는데 왜 마셨어?"


"음 그냥? 오늘은 좀 술이 당기네~ 누나가 계속 마시니까...

내가 멀쩡해야 되긴한데... "


"술... 잘 못 마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긴한데...누구때문에 좀 마셔야겠어. "


두근.


"음. 그럼 내가 할 차례인가?"


그는 또다시 입을 벙긋거렸다.


"응? "


그의 입에 나도 모르게 온갖 신경을 곤두세우고 초점을 맞추었다.

입술이.....

'남자 입술이 이렇게 ....이쁠 수도.. 있구나?'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다시 보았다.

그가 벙긋하는 그 말.. '뭐라고 하는 거지?'

취기가 도는 건지 뭐 때문인지 눈앞이 흐릿거렸다.


"에잇~ 다시 봐봐요~ 다섯글자야 쉬워요~"





턱을 괴고 내눈을 똑바로 보는데.. 그의 입이 움직였다.










........



'누나 좋아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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