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10.모른 척해야 할까

by 작가이유리






'누나 좋아요'


'응?!'


내가 뭘 잘못 본거겠지?


눈을 쓱 비비고 다시 쳐다봤다.

실눈으로 가늘게 떠봐도 크게 눈을 떠서 봐도 그 입모양은 분명 이렇게 말했다.


'누나 좋아요'


얼굴이 붉게 올라왔다.


‘뭐지?!’


"아~ 모 모르겠는데~~? 마.. 마셔야겠네!"


"응? 진짜 모르겠다고?"


"어? 엉! 앗 맥주가 없네?! 가.. 가져올게!"


그 순간에 맥주가 없다는 것이 좋은 타이밍이었을까? 아니었을까?

그 말을 못 본 척하고 뒤돌아선 건 잘한 것이었을까? 아니었을까?


맥주를 꺼내면서 그의 뒷모습을 보았다.

그는 여전히 턱에 팔을 괴고 있었고 맥주잔을 들고 쟁그랑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아닐 거야 내가 본 게 아닐 거야... 마.. 맞나?'


"와~ 우리 진짜 많이 마셨나 봐~ 맥주가 얼마 안 남았네?"


"많이 드셨어요~ 나도 좀.. 취한 듯?"


"아 정말? 아 취했구나! 너 취했구나~~~!"


어색하게 이 말을 급하게 한 이유는 그가 취해서 한 말이겠거니 정당화시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면 속에서 혼란하기 그지없었다.


‘모른척해야 하나?’


"그.. 그럼 우리 그만 마실까? 이건 땄으니까 이거까지만 내가 마실께!"


그가 여전히 턱에 손을 괴고 나를 쓱하고 쳐다보았다.


나의 손은 맥주잔을 연신 만지작 거리고 있었고 눈은 어디다 둘지 몰라 끔뻑거리고 있었다.


"왜 당황해요?"


"응? 내가? 내가 언제? 전혀?!

아니다 꽤 많이 당황했다.


"흠.."


내 입이 아무 말 대잔치를 할까 봐 바로 화제를 돌려야 했다.

"음... 아~ 이제 좀 쌀쌀해지네?"


시간을 보니 벌써 자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아니 근데 놀러 나간 사람들은 왜 아직 안 와?"


"나간 지 별로 안됐고.. 늦게 올 것 같긴 한데..”


……………


"왜? 뭐 쇼핑몰인가 뭐 거기 간다 하지 않았어?"


"타운에 갔을 거예요. 그럼 아마 클럽도 갈듯?"


"아~아 여기 그런데도 있어?"


"마닐라 나가면 놀데 많아요"


조금은 퉁명스럽게 그가 말을 이어 갔다.

그저 내 질문에 답만 하고 있었다.


"아.. 그렇구나..."


'너도 클럽... 같은 데 가니?'

라고 묻고 싶은 게 목 위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괜히 이런 거 물으면 오해할 거야... 진정하자 좀..'

'나대지 마 이 심장아'


"게임 그만할까요?"


"응? 아.. 그거 끝난 거 아니었어? 하.. 하하"


어색하게 웃어넘기며 공기를 전환시키고 싶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애꿎은 맥주잔만 만지작 거렸다.


어색한 공기가 흘러갔지만 없앨 수가 없었고 어색한 침묵은 여러 번 있었지만

항상 그가 농담으로 분위기를 바꿔주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지 않았다. 분명 그의 반응은 좀 달랐다.


그 말을 모른 척 한걸 눈치챘을까?

내가 모른척해서 화가 난 걸까?

어떻게 말해야 오해하지 않을까.


그가 싫어서가 아니었다.

어쩌면 다른 말을 했을 수도 있었다. 아니 내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고백했다가 차인 듯한 남자의 표정 같은 …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나에게 맘이 있는 것일까?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 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나는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는 군대를 전역하고 바로 다이빙 강사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럼 어림잡아도 20대 초중반.

나는 30…

나이차. 그따위 뭔 상관이냐며 무시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나는 오만가지를 생각하고 계산해봤다.

내가 너무 혼자오버 하는 걸까?


‘이건 아니야 ‘


어색한 적막을 먼저 깬 건 그였다.


"누나."


"응? "


"말 놔도 돼? “


"어? 어.... 이미 하고 있지 않았나? 아.. 아닌가? “


"뭐 하나 물어볼게”


"어.. 뭐... 대답할 수 있는 거면?"


"음. 그럼… 혹시 남.. “






어색한 적막과 고요함을 한순간에 깨부수는 J의 웃음소리 가 멀리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깔깔깔~~~~ 깔깔깔~~~


"진짜~~ 거기서 이 강사님 웃겨서 나 쓰러질 뻔~~~"


J와 친구 그 무리들이 돌아오고 있었다.


"어~ 뭐야? 둘이?"


친구가 술 마시고 있는 그와 나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물었다.

J도 친구의 말을 듣고 곧바로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어 ~ 둘이 술 마시고 있었던 거야? 뭐야 뭐야 둘이서만~~"


이 강사가 장난기 어린 말투로 이어 말했다.



"일찍 오셨네요~~“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와 나의 둘만의 시간이 깨졌다.

어쩌면 다행이라며 잠깐 스쳐 생각했다.


하지만...

'그가 나한테 물어보려고 한 게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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