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남이 들어왔다

11.낮곁무렵 바다위 윤슬이 비추는게

by 작가이유리



따가운 햇살이 눈살을 찌푸리게만들었다. 무더운 필리핀의 더위가 조금 익숙해졌을때쯤

아까운 내 휴가는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겨우 3일. 나머지 이틀은 마닐라에서 보내기로 했고 사실상 리조트에서는 1일.


어느새 나는 다이빙 라이센스를 획득했고, 이제 이 리조트의 생활에 익숙해졌다.


'100회 다이빙이라..'

나도 이거 할수있을까?


리조트 다이닝의 한켠 멋드러진 액자에 100회다이빙을 완성한 사람들의 이름이 가득히 써져있었다.


-굿모닝..뭐봐요?


그가 어느새 내 옆으로 와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담배를 쓱하나 꺼내더니 입에 물고 다시 바다가 보이는 쪽으로 걸어 갔다.


-아..담..배 피는구나?


-왜요? 아..담배 피는 남자싫어요?


-좋진 않아.


나도 모르게 단호한 대답이 나왔다.

그가 당황했을까?


나도 모르게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는 신경쓰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무심하게 말을 건넸다.


-100회 다이빙하면 저기에 이름 새겨주거든요. 음.. 3년전에 나도그랬고.저기 제일 위에


-아.. 이름이 있네?"


-누나도 저기 이름 새기고 싶어요?


-그럼...좀 뿌듯하겠다.


-그럼 여기 또 와야되는데?


-뭐...그렇게 되나?


-오면 좋겠다..벌써 마지막 날인가?


-어..벌써 그렇게 됬네


그가 후~ 하고 담배 연기를 뱉었다.


나는 비흡연자다. 담배연기를 싫어하고 담배 피는 사람도 싫어한다.

그런데 왜지. 그가 입에 문 그것도 담배인데 그 모습의 그가 싫지 않다니.


-아. 연기가 그쪽으로 가네.. 미안.


그가 급하게 담배를 껏다.


그렇다. 그는 이런 배려가 몸에 익숙한 사람일 것이다.

아마도 나에게 보여준 모든 것도 익숙한 배려였겠지.

나는 애써 합리화 시키고 있었다.



-아..그런데 100회다이빙 할려면...한달정도면 가능할라나?


-한달? 음.. 매일 3번씩 꼬박해도 힘들것같은데?

-아침,점심,저녁....3번을 다이빙 하는게 가능해?


-음.. 일로 하고있는 나는 그렇게 하고 있긴 하지만... 누나 체력 좋아요?


'좋아요?'

신경쓰지말자. 이말에 의미를 두지 말자.


-흠... 연차를 다 써도 한달 넘게는 힘들겠네..회사를 그만둬야 하나?

무심코 내뱉은 말이었지만 약간의 진심이 들어가긴 했다.


-진짜 한달오게?


-생각해보고.


진짜로 올 생각이 잠시 잠깐 들었다. 100회는 아니겠지만 아주 많이 다이빙을 할수있을것이다.

자유롭게 아주 한적 하게 여유 롭게 그런 삶을 딱 한달만이라도 살아보면 정말 좋을 것같았다.


'하지만 ..나는 다이빙이 하고싶은거야. 그가 보고싶은거야?'


그가 내 앞으로 커피잔을 내밀었다.


-아침에는 아아 맞죠?


대수롭지 않게 외우고 있는 나의 아침 루틴


-아..땡큐..

근데…어제는 ..잘잤어? 엄청 취했었잖아


-아……취했었죠 많이


-아 ..역시 그랬구나. 그래 우리 많이마시긴 했어. 어우..나두 아팠다가 마셔서 그런가. 훅 가더라구.


-.....근데 취하긴 했어도 다 기억은 해요


-응? 뭐 뭐를?


- 나 아직 대답못들었는데...아. 아직 묻지도못했나?


사실 어제 일을 다시 언급하기가 애매 해졌다고 해야할까.


다시 꺼낸다면 뭔가 마무리를 져야할 것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무리...대체 마무리가 뭘까? 너의 말과 질문에 Yes or No?



-그...

-저기...


둘이 같이 말을 내뱉었다.



-좋은아침~~~~

부산스러운 J의 목소리가 들렸다.


-와~ 오늘 날씨 너무 좋다~~ 오빠!

불청객 그녀의 등장이었다.


‘오빠?’


-오빠~ 어제 밤에 잘잤어요? 영화보다가 갑자기 가버리기 있기 없기~~


‘응? 이건 또 무슨소리?’


-아.. 그냥 너무 피곤해서.


‘둘은 또 언제 오빠 동생 한건데?’


J가 나를 쓱 보고는 그 ‘오빠’에게로 웃으며 다가 갔다.


-오빠 나도 커피 타주면 안되요?

애교섞인 그녀의 콧소리가 신경에 거슬렸다.


-어? 아이스커피?


그런 그녀의 애교에 그도 결국 넘어 간 걸까?


-음~ 더우니까 아이스~ 나 몸이 왜이렇게 덥지?


뭔 헛소리인지.. 이제는 J의 수가 다 보였다. 분명 그에게 꼬리를 치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밤에 왜 영화를 같이 봤다는 걸까.

아니 언제부터 둘이 그렇게 친해진거지?


-아 배고파~ 오빠 오늘 브런치 메뉴는 뭐에요?


-음..오늘은 그러니까..


눈을 동그랗게 귀엽게 뜨고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빙긋 웃으며 연신 대화를 이어가려는 J였다

그런 그녀의 말에 일일에 대답을 해주는 그도 싫지 않은 걸까?


-오빠 같이 영화 끝까지 보고싶었는데, 중간에 그냥 가버려서 나 좀 당황했잖아? 내가 그렇게 만든거야?

J가 갑자기 그의 귓가에 다가가더니 조그맣게 속삭였다.


일부러 들으라는 것마냥 그닥 속삭이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갑자기 속이 울렁 거렸다.


‘하룻밤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낮곁무렾 …윤슬이 비추는 바다가 예쁠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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