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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먹을 수는 없으니까

업을 선택함에 있어서 생각해 볼 무언가

by haru

돈이 급하면 일단 아무 일이나 하게 될 확률이 크다.

더군다나 생계유지가 달려 있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어떤 이들은 그것을 책임감이라 말하기도 한다.


사회경험이 적은 어린 시절의 내가 그러했다. 할 수 있는 일 자체가 제한적이었기도 했고, 기준 자체가 돈이었다. 어차피 일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돈이 목적이자 이유 그 자체인 것이다.


헌데 경험치가 쌓이면서 그렇게 돈을 기준으로 일을 선택하게 되면 오래 일하거나 버티는 것에 배로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아마도 내가 업을 선택함에 있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가 보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때론 일이 고되고 사람에게 가위가 눌리는 것 같은 시기가 있었지만, 내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그 티끌 같은 무언가가 지속할 힘을 가져다준다.


소위 말하는 금융치료가 가능한 두둑한 급여와 이름만 대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정도의 명성 있는 회사에 소속되어도 그 기쁨과 만족은 아주 일시적이고 부분적일 뿐이었다. 잠시 만족스러울 뿐 , 오래 지속되진 못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내게 보람이라는 가치가 그랬듯, 무슨 일을 오래도록 그리고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각자만의 비가변적인 그 한 가지가 필요하다.


돈이 급하다고 ,

급하게 아무 일이나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허세도 아니고 같잖은 자존심도 아닌, 어차피 오래 못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당장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목을 축일수야 있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큰 갈증이 찾아올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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