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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아 Feb 28. 2016

그림에 마음을 놓다

봄,시선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삶 속에서 오는         딜레마.


무엇이 이렇게 공허함을 부추기는 걸까?


누구나 한번쯤..아니 여러번?

가만히 있어도 눈에 눈물이 가득 차서 시야를 흐려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의 하루가 그러했다.

며칠 사이 가슴이 좀 답답한 것 같긴 했지만,

이 날은 평범한 하루에 뚜렷하게 서글픈 일도 없었다.


그런데..왜??


다들 외롭다.

현대에 마음의 병을 앓는 이들이 많은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겠다.

나를 돌아볼 여유없이 현실에 쫓기며 사는데다 ,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바라볼 시간이 없으니 당연하다.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한 우리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조차 못하고 끙끙댄다.


외로움을 안고 사는 우리..

비단, 나만의 외로움이 아니다.


주변에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다.

수천개의 말로도 내 진짜 감정 하나를 붙잡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미술관을 찾는다.

말을 꺼내기 조차 힘든 날,

그림은 나에게 '말'이 아니라 '느낌'으로 다가선다.

그림 앞에 서면 나의 내면이 그 어느때보다 솔직하게 드러나는 이유다.

미술관 입구에 들어서자 심장이 멎을 듯 호흡이 차분하다.                     여느 때와 같은 기대, 설레임과 다른 그 무엇이 나를 이끈다.

나는 그림의 힘을 믿는다.

그림은 내면의 힘듬을 풀어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이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의 달라진 뇌파로도 확인이 가능하니 그림의 소통과 치유의 힘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대체 의학이다.


그림에 마음을 놓을 때,

몸과 마음이 최상의 리듬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 날의 난..바로 어제의 나.

마음의 방황을 겪은 난,

그림의 힘에 의지해 집을 나서고 미술관을 찾았다.

바닥까지 치닫는 외로움에 허덕일 땐,

그림이 친구가 되어준 여러날의 경험을 비추어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내 감정하나 붙잡지 못하는 이 날의 이 느낌을 해명해야 하는 그 순간이 버거워 외로움을 자처한다.

손과 손에 메인, 모든걸 체념하듯 눈을 감은 그의 모습 속에 지금을 사는 우리 현대인들의 무게가 느껴진다. 부디 외롭지 않길..힘들지 않길.

예술을 사랑해서 미술을 전공했고, 작가로 활동했다.

미술과 관련된 일이라면 어느거든 마다않고 경험을 했다.

그 과정에서 미술교육에 길이 열리고 강의와 실습을 지도하던 중,

눈에 띄게 밝아진 아이들과 마음의 병으로 부터 차츰 벗어나는 사람들을 봤다.

그림이 갖는 치료적 힘에 눈을 뜨기 시작한 그 때가 이십대 중후반.


'그림으로 작품을 완성하는 건 나 혼자만의 만족이지만,

미술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희망과 도움을 주고싶다.'


이후로 미술교육에 몸을 담고

아이에게도..어른에게도..마음의 풍요를 안겨줄 회화법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관계. 우리는 혼자인 듯 하지만 관계 속 짜임에 얽혀 있다.

어릴 적 꿈이 생각난다.

그림이 좋아서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책이든 종이든 공간만 있으면 그림을 그려댔다.

덕분에 나의 책은 깨끗할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어린 마음에 그 시간들이 참 행복했다.


'내가 이 다음에 커서 어른이 되면 그림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싶어. 나처럼 어린 아이들에게 그림의 행복을 전해 주고싶어.'


어릴 때 이런 공상에 가까운 꿈을 꾼 걸 보니

내게 그림은 성장 과정의 전부였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에겐 천직이 있다한다.

부모로부터 재능이 발견되어 어릴 때부터 키워가는 사람이 있고, 나로부터 발견되어 스스로 재능을 쫓아가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그래서 어쩌면 홀로 외로운 길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에 대한  보상인걸까?

그림이 인생이 되고자 했던 그 꿈 길을

나는 지금 걷고있다.

우리의 삶엔 저마다의 색이 있다. 그림처럼..
괜찮아 괜찮아..

다 같을 수 없다.
원하는 삶을 산다해서

풍족하다 해서

또는 부족하다 해서

원치 않는 삶의 모양이라해서

외롭고,외롭지 않고를 판가름할 수 없다.

어느 것도 척도에 설 수 없고 판단할 수 없다.

우리 삶의 모양과 느낌의 색은 저마다 다름을 우리는 아니까..


함께여서 좋다.

너여서 좋다. 고마워..


나는 비교적 이 하루를 잘 견뎌냈다.

잿빛 하늘처럼 한없이 파고드는 마음의 깊이를 벗어날 길 없어 몸부림치는 하루를

그림에 마음을 놓고 눈에 눈물이 가득 차 시야를 흐리는 그 순간에 자처하는 외로움을

내 마음의 친구는 가만히 두고보지 않았다.


"기다려..내가 갈게..혼자 있으면 안돼..!"


꺼낼 수 있는 변명은 다 꺼내 거절했지만

더이상 거절할 구실을 찾지 못해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고마웠다. 그 마음이..


"나도 그래..우린 많이 다르지만 참 비슷해서 위로가 돼.."


그래..외로움을 안고 사는 우리..

비단, 나만의 외로움이 아니다.

현대에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삶 속에서 오는         딜레마를 지금 우린 겪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소망한다.

외로움을 안고 사는 우리들에게..

부디 외롭지 않길..

힘들지 않길..


함께여서 다행이다.

                             너여서 다행이다.

                           우리여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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