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에 Apr 03. 2021

어디서든 책이 보이는 공간 만들기

아이들이 어릴 때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회전 책장을 사주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책장을 돌리는 재미로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갖길 바랬다. 그런데 생각보다 아이들의 더 좋았다. 거실에 있는 소파 옆에 회전 책장을 두었는데 소파에 있다가 심심하면 자연스럽게 옆에 있는 책장을 돌리다가 책을 꺼내서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회전 책장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지금도 거실 소파 옆에 자리하고 있다. 


아이들 방에는 작은 책장을 침대 바로 옆에 배치하였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눈높이에 맞는 작은 책장에 꽂아 놓아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그동안 책과 가까워지도록 노력한 보람이 있는지 아이들이 서로 싸우거나 우리 부부가 말다툼을 해서 분위기가 험악해지면 각자 방에 들어가서 책을 꺼내 읽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별히 할 게 없을 때 책을 꺼내서 읽는 습관을 만들어 준 것이 아이들에게 평생 도움이 되는 선물이 되었으면 한다. 


내가 어렸을 때 TV는 안방에 있었고 거실에는 소파와 책장만 있었다. 소파에 앉으면 맞은편에 책장이 있었는데 그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의 제목이 아직도 생각난다. 특히 '강철왕 카네기'라는 책은 당시에 한 번도 읽어 본 적은 없지만 제목을 보고 어떠한 내용일지 깊이 생각해본 기억이 있다. '아마도 굉장히 힘이 센 사람에 대한 이야기 인가 보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그 책들의 제목이 있는 걸 보면 아이들의 눈에 자연스럽게 책장과 책이 노출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책을 더 가까이할 수 있을까 아내와 고민하다 계획하게 된 것이 거실의 공간 재배치이다. 지금 쓰고 있는 소파가 낡아지면 그쪽 벽면 전체에 책장을 설치하기로 했다. 그리고 거실 가운데에는 긴 테이블과 의자들을 배치해서 한쪽에서는 노트북도 볼 수 있고 다른 쪽에서는 자연스럽게 책을 꺼내서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기로 한 것이다. 소파가 있고 맞은편에 TV가 위치해 있으면 특별한 목적이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TV를 켜게 된다. 


몇 년 전에 사무실을 스마트 오피스로 재구성하는 업무를 맡은 적이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직급에 따른 수직적인 책상 배치를 없애고 벌집형 책상을 배치하였다. 부서장의 독립적인 공간은 직원들이 휴식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페와 다양한 크기의 개방형 회의실로 재구성하였다. 그리고 사무실의 진입부에는 큰 나무를 배치하였다. 그 주변으로 책장을 칸막이로 설치하고 그곳에 직원들이 기증한 책과 새로 구입한 책을 배치하여 자율적으로 읽고 반납하도록 했다.


일 년 정도 시간이 지나고 도서대여 대장을 보니 많은 직원들이 책을 대여하여 읽은 기록을 볼 수 있었다. 늘 긴장감이 가득하던 사무실이 공간의 재구성과 가구 배치의 변경만으로도 활기차 지고 카페와 회의실을 이용해서 직원들 간 대화와 협업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물론 바쁜 시간 속에서 멀리 하던 책을 읽는 직원들이 많아졌다는 것도 스마트 오피스의 큰 장점이었다. 공간의 구성에 따라 사람의 행동 패턴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직접 체험한 좋은 경험이었다. 

아이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내 집의 공간 구성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하는 것은 모든 부모들이 꼭 해야 하는 아주 중요한 고민이다.

이전 06화 잠들기 전 책 2권 읽어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