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어렸을 때 아버지들이 워낙 바쁘셔서 집에서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아버지가 스케치북에 그려주었던 비행기나 자동차 그림, 주말에 직접 만들어 주었던 짜장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주었던 장난감 총 등 인상적인 기억들이 몇 가지 있다. 그래서 나도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자상하고 따뜻한 아버지가 되어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첫째가 태어나서 세 살쯤 되었을 때부터 아이가 잠들기 전 같이 누워서 책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첫째가 10살, 둘째가 태어나서 8살이 된 지금까지 내가 주중에 일찍 퇴근하는 날, 주말과 휴일에는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꼭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좋은 시간인지 밖에서 시간을 보내고 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에도 꼭 1권씩은 읽어달라고 한다. 평소에는 한 명당 2권씩 총 4권을 읽어주고 나서 책에서 보았던 재미있는 내용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한 명씩 잠이 든다. 나중에 아이들이 커서 유년시절을 떠올릴 때 아빠가 책을 읽어주었던 그 시간이 평생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아이들은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글을 배우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준 것이 한글을 익히는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주변에 다른 아이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는데도 한글을 다 떼지 못해 학습지를 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우리 아이들은 이미 7살 때 한글을 다 떼고 첫째는 1학년 때 받아쓰기를 모두 100점을 받았다고 자랑스러워하는 걸 보면 매일 밤 책 읽기의 효과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할머니도 책과 친해지는데 많은 기여를 해주셨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셨고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입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 결혼을 하고 나를 낳아 키우시면서도 책을 통해 일본어 공부 등을 꾸준히 하셨고 내가 대학에 다닐고 있을 때 어머니도 방송통신대학교 일본어학과에 합격하셨다. 그리고 국회의원도 어렵다는 방통대 졸업을 전 학년 장학금을 받으면서 4년 만에 이뤄내셨고 이후 기독교상담학으로 백석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치셨다.
지금도 여전히 박사과정을 진행하고 계시고 10년 넘게 위기가정 상담사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움을 주고 계신다. 다양한 사례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상담을 해야 하니 항상 손에서 책을 놓지 않으시고 지금도 살고 계시는 집이 상담소로 운영되고 있어 수많은 책들이 있다. 그래서 손녀들을 만나시면 항상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말씀해 주시고 자기 전에도 아이들에게 10권이 넘는 책들을 직접 읽어주신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두뇌가 발달하고 일기를 쓰면 글을 잘 쓰는 능력이 생긴다는 말씀을 항상 해주신다. 할머니에게 더 사랑을 받고 싶어서인지 아이들도 책을 가까이하고 매일 그림일기를 쓰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그림일기는 직접 사진을 찍어서 할머니에게 카톡으로 보내 자랑을 하곤 한다.
어머니가 위기가정의 아이들을 상담할 때 그림으로 심리상태를 파악하고 상담을 진행하다 보니 우리 아이들의 그림일기를 보면 나에게 아이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바로 말씀을 해주신다. 지금까지는 밝고 긍정적인 감정들이 그림에 많이 표현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