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 가족이 세종시에 살고 있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곳은 서울이었다. 첫째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부터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북스타트 책꾸러미를 받았다. 북스타트는 아이들의 정기 예방접종 시기에 해당 지역 도서관, 보건소 등에서 그림책이 든 가방을 선물해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주말마다 내가 유모차를 끌고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고 함께 시간을 보냈었다. 건물이 크거나 최신 시설을 갖추진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소개해 주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첫째가 다섯 살, 둘째가 세 살이 되던 해에 세종시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세종시에는 국립세종도서관이 있다. 세종 도서관은 국내 첫 정책전문도서관으로 총면적 2만 1,077㎡, 지상 1~4층, 지하 1~2층의 규모이다. 소장 자료는 총 684,891점이며 그중 아동자료가 135,992점이다. 지하 1층에는 어린이들을 위한 자료실, 체험형 동화구연실, 이야기방, 그림책나라 등이 있고 1층에는 인문예술 자료실, 청소년 자료코너, 세미나실, 전시실, 카페, 2층에는 정책자료실, 일반자료실, 멀티미디어 코너, 3층에는 강의실, 교육지원실, 회의실, 4층에는 구내식당, 휴게공간 등의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 가족은 코로나가 있기 전에는 매주 일요일 교회 예배가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일단 아이들 책을 모아 놓은 공간에서 다양한 그림책을 함께 읽다가 아이들이 조금 지루해하면 도서관 바로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리고 다시 들어와서 책을 읽고 집에 갈 때는 1인당 5권의 책을 스스로 골라서 대출신청을 했다. 아이들의 독서통장도 따로 있어서 직접 기계에 넣어서 대출기록을 남길 수도 있었다.
국립세종도서관에는 책을 보는 공간 이외에도 전시관이 있다. 그곳에서 연중 다양한 전시회를 진행하는데 그림에 관한 전시를 할 때면 작가의 다양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엽서를 받아서 직접 색칠하는 꾸미기를 할 수도 있고 우주에 관한 전시를 할 때면 직접 우주인이 되어 체험도 해보고 그 자격을 증명하는 자격증도 받을 수 있었다. 그밖에도 다양한 행사별로 즐길 거리가 많다 보니 아이들도 매주 도서관에 갈 때마다 기대를 품게 된다.
도서관 3층에는 영상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하면 가족끼리 소파에 함께 앉아서 헤드폰을 끼고 영화 관람도 할 수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만화를 함께 보는 날도 있고 엄마 아빠가 원하는 영화를 함께 볼 때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쥬만지, 나 홀로 집에 등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이렇게 좋은 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도서관이 집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축복이라고 느껴진다.
세종도서관 바로 앞에는 세종호수공원이 있다. 전체 공원면적은 697,246㎡, 호수면적은 322,800㎡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호수공원이다. 호수를 중심으로 5개 주요 테마섬으로 이루어져 있고 산책로 8.8㎞와 자전거도로 4.7㎞를 이용할 수 있다.
주말이면 세종시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와서 그늘막을 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우리 가족도 호수공원에 도착하면 일단 그늘막에 자리를 잡고 아내가 정성껏 만든 도시락을 챙겨 먹은 후에 도서관으로 간다. 그래서 각자 원하는 책을 5권씩 빌리고 그늘막에 여유롭게 누워 책을 읽는다. 따뜻한 햇살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으면 세상을 다 가진 평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