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집밥(2)
혼자 남몰래 먹어온 집밥을 소개한다. 가장 좋아하는 집밥 메뉴다. 어느 겨울 하얀 무말랭이를 물에 씻어 처음 맛본 적이 있다. 그동안 새빨간 양념의 무말랭이 반찬만 먹어 봤지 무말랭이 본연의 맛은 몰랐더랬다. 그냥 집어 먹는데 왜 이렇게 맛있나. 꼬들꼬들한 식감과 농축된 단 맛에 홀딱 반해 버렸다. 이후 무말랭이를 밥에 넣어 먹기 시작했다. 내 마음대로 무말랭이밥의 탄생 비화.
먼저 무말랭이밥을 먹는 방법부터 설명해야 한다.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훌륭한 조합이 따로 있다.
무말랭이밥 맛있게 먹는 방법
가장 먼저 무말랭이밥만 맛을 보자. 꼬들꼬들 씹히는 식감부터 무말랭이에서 우러나온 달큰함과 현미의 고소함이 한데 어우러진 맛. 이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여기에 잘 어울리는 환상의 짝꿍이 있으니. 그것은 생김! 무말랭이밥과 생김이 기본 세트다. 담백한 생김과 더없이 잘 어울린다. 주로 먹는 방법.
자, 여기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버전이 있다. 일명 '김무콩 정식'. 무말랭이밥과 생김, 그리고 콩물을 곁들이면 최강의 조합이 완성된다. 생김에 싼 무말랭이밥을 한입 넣어 오물오물 씹다가 고소한 콩물을 한 입 떠먹으면 어떤 음식도 부럽지 않다. 안 먹어 보면 모르는 맛. 혼자 먹기 아쉬운 삼합을 세상에 공개한다. 무말랭이도 김도 콩물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한 음식. 여름에는 시원한 콩물, 겨울에는 따뜻한 콩물을 곁들여 보자. 이 정식은 지나치게 맛있어서 가끔만 먹는다.
('무콩김' 정식에서 이름을 바꿨다. 독자님들의 의견을 더해, 주인공 무를 든든한 지원군 김과 콩이 사이좋게 둘러싸고 있는, '김무콩'으로 확정되었다는 비하인드. 무엇보다 '김무콩' 씨 귀엽다.)
원체 뜨거운 밥을 좋아하지 않아서 추운 한겨울이 아니면 식은 밥을 먹는다. 특히나 무말랭이밥은 식은 게 더 맛나다. 찬밥도 맛있는 무말랭이밥을 만들러 가보자.
무말랭이밥 만들기
이 밥은 냄비로 지어야 한다.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면 평범한 무밥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말랭이의 꼬들꼬들한 식감이 살아 있어야 한다. 물론 무밥처럼 부드러운 무말랭이밥도 가능하니 아래 레시피를 참고하자.
백미밥은 조리시간이 12분 남짓. 잠시 뜸이 드는 동안만 느긋하게 기다리면 완성되는 간단한 요리다. 물론 현미밥도 준비했다. 참고로 오리지널 레시피는 현미밥이다.
역시 계량 없는 불친절한 레시피임을 양해 바란다. 하지만 어렵지 않으니 내가 요즘 먹고 있는 이 맛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무말랭이밥을 짓는 방법은 우선 쌀 종류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고, 식감이 다른 3가지 버전이 있다. 백미와 현미로 했을 때와 무말랭이를 익히는 시간에 따라 맛과 식감이 다르다. 매번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현미밥과 백미밥이 큰 차이는 없지만 이해하기 쉽게 두 가지 방법을 따로 설명한다.
포인트는 무말랭이를 넣는 타이밍이다.
(A~C 중 원하는 식감에 따라 선택. 자세한 건 아래에서 설명)
무말랭이 현미밥
[재료] 현미, 무말랭이, 물, (다시마)
[준비물] 냄비
1. 현미를 씻어 반나절 이상 불린다
2. 밥을 하기 전 무말랭이를 물에 씻어 건져 둔다
3. 냄비에 불린 현미와 물을 넣는다. 비율은 1:1에서 물의 양을 무말랭이 양에 따라 3~5숟가락 정도 더 추가한다. 더 맛있게 하려면 다시마도 넣는다(A)
4. 냄비에 불을 켜고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어오르면 불을 끄고 뚜껑을 닫아 10분 뜸을 들인다
5. 뚜껑을 닫은 채로 다시 약불에서 10분 끓인다(B)
6. 불을 끄고 10분 뜸을 들인다(C)
7. 완성! 밥을 저어준다
A~C는 무말랭이 넣는 시간. 밥 위에 살짝 얹기
냄비로 밥을 하기 때문에 현미를 제대로 불려야 한다. 보통 저녁에 쌀을 씻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다음날 아침에 꺼내어 밥을 한다. 현미를 불리지 않고 바로 밥을 한다면 물의 양은 1.5~2배로 넣어야 하는데 밥이 질어질 수 있다.
무말랭이 백미밥
[재료] 백미, 무말랭이, 물, (다시마)
[준비물] 냄비
1. 백미를 씻어 30분 이상 불린다
2. 밥을 하기 전 무말랭이를 물에 씻어 건져 둔다
3. 냄비에 불린 백미와 물을 넣는다. 비율은 1:1에서 물의 양을 무말랭이 양에 따라 3~5숟가락 정도 더 추가한다. 더 맛있게 하려면 다시마도 넣는다(A)
4. 냄비에 불을 켜고 센 불로 끓이다가 물이 끓으면 불을 줄이고 뚜껑을 닫아 약불에서 10분 끓인다(B)
5. 불을 끄고 10분 뜸을 들인다(C)
6. 완성! 밥을 저어준다
A~C는 무말랭이 넣는 시간. 밥 위에 살짝 얹기
현미밥과 백미밥 차이는 쌀을 불리는 시간과 중간 뜸
무말랭이밥 3가지 식감 즐기기
(A) 부드러운 식감 : 처음부터 같이 넣고 끓인다. 현미밥 식감은 일반 무밥과 비슷하나 더 달고 진한 맛이 있다. 백미밥은 조리 시간이 짧기 때문에 처음부터 익혀도 꼬들한 식감이 살아 있다.
(B) 적당히 꼬들꼬들한 식감 : 약불에서 10분. 백미는 중간에 약불로 바꿀 때, 현미는 중간 뜸 이후 다시 불을 켤 때 넣어준다. 보통 이 방법으로 만든다. 처음엔 먹기 좋은 이 버전을 추천한다.
(C) 매우 꼬들꼬들한 식감 : 마지막에 불을 끄기 3분 전에 밥 위에 올린다.
글로 풀어써서 복잡해 보일지 모르나 간단하다. 무말랭이에 넣고 밥을 지은 게 전부. 물만 조금 더 넣었다. 무말랭이만 있어도 충분히 맛있지만 다른 채소를 추가해도 좋다. 콩나물, 표고버섯과도 잘 어울린다.
간은 셀프! 입맛에 따라 곁들여 먹을 양념장을 따로 준비하거나 밥을 할 때 소금이나 간장을 넣어 미리 간을 해도 된다. '김무콩 정식'에서는 콩물이나 밥에 소금 간을 하기. 다른 반찬이 따로 필요 없다.
꼬들꼬들한 무말랭이의 새로운 변신! 집에 무말랭이가 남아 있다면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무말랭이밥을 한 번 만들어 보자.
올겨울에는 무말랭이 만들기에 도전해 보려고 한다. 건조기는 없지만 햇볕과 바람에 잘 말려 볼 생각이다. 무말랭이밥의 한 단계 진화를 꿈꾸고 있다.
무말랭이밥이랑 어울리는 '콩물' 만들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