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김치전을 먹었다. 김치밥을 해 먹고 나니 김치전 생각이 절로 났다. 얼마 만의 김치전이란 말인가. 부침개 중에서는 김치전을 가장 좋아한다. 재작년에 기름 없이 갖은 채소전은 부쳐 먹었어도 김치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름 없이 부침개는 이미 성공한 바. 이번엔 기름도, 밀가루도 없는 김치전에 성공했다. 마침 집에 있던 메밀가루로 한 번 부쳐 본 것인데. 세상에. 맛이 훌륭하다.
그래서 들고 왔다. 기름도 밀가루도 피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레시피. 겉은 바삭, 속은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메밀 반죽과 조화로운 김치의 맛과 향까지. 소화도 잘 되는 메밀 김치전을 한 번 만들어 보자. 메밀가루, 김치, 물, 그리고 코팅 팬만 있으면 된다.
[재료] 메밀가루, 김치, 물 (깻잎)
[준비물] 코팅 프라이팬
1. 넓은 그릇에 메밀가루를 넣고 물을 조금 부어 섞는다(김치 국물을 넣는 것을 감안하여 일단 조금만)
2. 김치와 채소를 잘게 잘라 넣고 섞는다(김치 국물은 알아서 조절하기)
3. 반죽의 농도는 쫀쫀하게, 되직하게, 퍽퍽하게. 너무 묽지 않게 물을 조금씩 넣어 가며 맞추기
4. 코팅 프라이팬을 중약불에 예열한 뒤 약불로 줄인 다음 반죽을 올린다. 약불에서 뒤집어 가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준다(메밀가루는 금방 익으니 오래 굽지 않아도 된다)
반죽의 농도와 약불이 포인트
깻잎, 양파 등 입맛대로 채소를 추가할 것
맛있어서 삼일 연속 먹었다는 후문. 덕분에 냉장고에서 잠자고 있던 메밀가루도 모두 소진했다.
이제는 통밀가루도 졸업이다. 통밀가루도 밀가루여서일까. 이상하게도 자주 손이 가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부침개는 마치 연례행사처럼 일 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그런데 메밀가루라면 얘기가 달라질지도? 그토록 좋아하던 부침개를 앞으로는 자주 맛볼지도 모르겠다. 이따금 부침개가 생각날 땐 메밀가루로 전을 부쳐 먹어야겠다. 괜히 든든한 뒷배가 생긴 것처럼 기분이 좋다. 구수하고 쫀득한 메밀 맛에 더욱 끌린다. 지나치게 맛있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정말 맛있는 건 가끔 먹어야 제맛이니 특별한 날을 위해 아껴 두도록 하자.
이런 요리는 가끔 합니다.
그래서 맛있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