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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루결 Sep 12. 2023

차 없이 살기


나는 운전면허가 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친구들이 운전면허를 따기 시작했을 때도 도통 관심이 없었다. 면허는 미리 따야 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필요하면 그때 가서 따면 되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래서 아직도 면허가 없다. 일찍이 내가 운전대를 잡을 일이 없다는 걸 알기라도 한 걸까. 덕분에 장롱면허 신세를 면했으니 이쯤 되면 선견지명이라고 해 두자.


사실 나는 어려서부터 차를 싫어했다. 내가 면허를 따지 않은 것도, 차에 대한 관심이 하나도 없었던 것도,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자면 차를 끔찍이 싫어해서다. 일단 차 냄새가 싫다. 차 안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도,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지독한 매연 냄새도. 더욱이 나는 유독 차 멀미가 심한 편이다. 배, 기차, 비행기는 괜찮아도 차만 타면 멀미를 해서 고생이다. 택시, 버스, 자가용. 차는 가리지 않고 다 멀미를 한다. 그래서 내 눈에 차는 이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 하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다 똑같은 차, '불편한 것'으로 보인다.


직접 운전을 하면 멀미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굳이 멀미를 피하자고 차를 끌고 다니고 싶지는 않다.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게 가장 편하다.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평소에는 버스 대신 지하철을 이용한다. 지각을 피하기 위해 가끔 택시를 타곤 했는데 이제는 집에서 일찍 나서는 게 습관이 된 터라 그럴 일이 없다. 외출 준비가 간소화된 덕을 보고 있다. 택시는 일행과 함께 이동하거나 짐이 있을 때만 이용한다.


도시에서는 자차 없이 편리한 생활이 가능하다. 버스와 지하철이 있는 도심에 살다 보니 차가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열악한 곳에 살았다면 성인이 되자마자 운전대를 잡았을지 모른다.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과 대기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여러모로 나의 정신 건강과 생활 방식에 잘 맞아떨어지는 것뿐. 앞으로도 차 없이 산다 한들 특별히 절약을 위한 일이라거나 대단한 뜻은 아닐 것이다. 그냥 편한 대로 사는 것이다.


아마 내가 시골로 이사한다면 차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운이 좋게도 지금까지 차에 욕심이 없었고 덕분에 큰돈이 나갈 일도 없었다. 그저 두 다리로 걸어 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 그리고 대중교통을 위해 힘써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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