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식물식
식사를 할 때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밥을 먹을 때가 많다. 과일이나 고구마, 감자, 옥수수, 단호박을 끼니로 먹을 때가 그렇다. 밥을 먹을 때도 주로 생채소와 생김에 밥을 싸 먹곤 하기에 맨손을 제법 많이 쓴다.
손으로 밥을 먹는 문화권에서는 식사를 하기 전 항상 손을 깨끗이 씻는다. 식사 전에 손을 깨끗이 씻는 것은 위생의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음식에 대한 예를 갖추는 행위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음식에 예를 갖추듯 손을 깨끗이 하고 정갈한 마음으로 밥을 먹는다.
손으로 밥을 먹으니 음식과도 더욱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 모두 내 몸에 들어와서 영양이 되어 줄 고마운 음식들이라 생각하며, 손으로 그 기운을 미리 받는 것이다. 맨손 식사에 사용되는 촉각은 식사에 대한 집중력과 만족감을 높여준다. 손으로 전달되는 감각을 통해 과일 껍질의 표면, 초록 잎채소의 생김새까지 면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이전까지는 음식을 손으로 들고 먹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쌈을 싸 먹을 때나 햄버거, 샌드위치, 피자를 먹을 때가 아니면 젓가락이나 포크를 사용했다. 치킨처럼 기름진 음식은 집어 먹기 불편했어도 사과 한 알을 손에 들고 먹는 걸 좋아했던 것을 보면, 결국 어떤 음식이냐의 차이인 듯하다.
신기하게도 자연식물식을 접하고 음식을 맨 손으로 집어 먹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양념이 많거나 기름지지 않은 음식을 먹으니 식사 후에도 손이 깨끗하다. 덕분에 맑은 기분이 계속 유지된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거부감이 사라졌다. 자연식물식을 통해 맨 손으로 먹는 기쁨을 배웠다.
지금 내가 먹는 음식은 언제든 손으로 집어 먹을 수 있다. 수저가 없어도 크게 곤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일주일의 여행에서 나는 수저 없이 생활했다. 맨 손으로 과일과 채소, 고구마, 생현미를 집어 먹었다. 그 일주일간의 식사가 머릿속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그 어떤 음식보다 맛있었고 그 어떤 식사보다 충만했으며 그 어떤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가 무엇을 먹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이제는 채소를 고르고 깨끗이 씻고 그릇에 담아 입에 넣는 모든 순간이 내 손을 거쳐 간다. 오늘도 나의 몸이 되어 줄 음식을 만지고 맛보며 그 기운을 담뿍 받아 본다. 모든 생명에 감사한 마음으로 눈과 손을 맞춘다.